22일 코스닥시장이 나흘만에 오름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지수는 113.82로 연중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벤처위기설과 관련,"벤처기업의 현재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닥시장의 급락과 더불어 벤처붐은 사라지고 말 것인가.

특히 코스닥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주도했던 정보산업 분야 벤처기업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한 것인가.

닷컴(Dot Com)위기론은 정보산업에서 미국에서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대상 전자상거래(B2C)기업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했던 밸류아메리카(Value America Inc.)의 주가가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될 때 최고를 기록한 이후 급락하기 시작,1개월도 안된 4월말까지 97% 이상 하락했던 것은 극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최근엔 세계적 유명 업체인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주가조차도 급락,인터넷 기업들 중 누구도 기대만큼 수익을 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 B2C 기업들의 주가가 특히 많이 내렸으나 기업간 전자상거래(B2B)기업에 대한 평가 역시 이전보다 부정적이다.

현재 미국에는 1천여개의 B2B 기업이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2백개가 안 되는 기업들만이 매출실적이 있다.

상장기업은 30개 정도에 불과한데 이들 기업의 주가도 상당히 떨어졌다.

그러나 닷컴기업의 주가 하락이 곧 전자상거래 혹은 인터넷산업의 종말을 예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시장이 이들 기업의 가치를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즉 이전의 주가가 엄청나게 과대평가되어 있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3년간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기업이 이윤을 내고 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심지어 매출이 있는지 여부와도 상관없이 엄청나게 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인터넷기업은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록 유리해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이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인터넷기업들의 주가도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B2C인지 B2B인지 구분하는 부문별 투자의 시대는 끝났다.

같은 부문 내에서도 사업모델에 따라 차별화된 평가를 내리게 될 것이다.

평가의 기준은 그 기업이 인터넷의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그것이 다른 경쟁자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혹은 시장선점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술에 대해 안정적인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지 등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가격차별화 현상은 인터넷이 창출한 사업기회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기업들은 비슷한 기업들끼리의 경쟁뿐만 아니라 재래산업으로부터의 경쟁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제 전자상거래 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물류업체,은행,할인소매점 등 재래산업의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인터넷을 통한 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의 닷컴위기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산업이 발전 초기에 있는 만큼 한국 인터넷기업들의 주가는 전반적인 주가 버블과 유망업종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따라 급상승한 측면이 있었다.

코스닥시장의 조정이 지속된다고 해서 벤처붐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가 최근 2∼3년간의 벤처기업과 벤처투자의 급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세계적인 인터넷열풍과 IMF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이라는 대내외적 구조변화가 벤처산업의 기반을 강화했던 것이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의 부침이 벤처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인터넷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주가조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산업의 성장가능성은 여전히 과소평가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