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20조원 정도에 달하는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대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1,2금융권과 금융기관의 판도는 물론 증시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21일 한국은행 및 투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은행 투신사 증권사 종금사에 들어 있는 만기 6개월 미만 예금은 총 2백19조9천8백1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40조원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들 자금은 사실상 만기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돈이다.

올들어 시중 부동자금은 줄곧 은행, 그 중에서도 우량은행으로만 몰리면서 투신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선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그러나 최근 이동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은행예금의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투신사 수탁고가 1년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비과세펀드와 MMF(머니마켓펀드)로 6조원이 유입됐다.

내년 실시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최근 5년 만기 산금채(산업금융채권)에도 일반인 자금이 급격히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으로만 몰리던 시중자금이 다른 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부동자금 이동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예금보호 한도 축소,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 은행 구조조정, 금리 하락 등으로 단기 부동자금은 급속히 ''헤쳐모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종한 서울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계기만 주어진다면 단기 부동자금은 급속히 와해돼 다른 투자처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불안이 해소되고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경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만 맴돌고 있는 자금이 주식시장 투신사 등으로 움직일 경우 자금경색 현상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사장은 "시중 부동자금은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면서 "부동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