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대형은행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 은행권에 권고하기로 발표함으로써 제2차 금융구조조정이 조만간 구체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금융개혁이 그랬듯,이번 금융개혁도 기업금융에 가져올 여파에 대해선 별다른 사전 대책 논의는 없는 듯하다.

실제로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각종 금융구조조정이 기업활동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크지만,기업이 그 구조조정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각 기업은 급변하는 금융구조에서의 생존전략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기업의 외부자금 조달 전략은 다음과 같이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첫째,금융구조조정으로 4백40개의 금융기관이 합병,자산부채이전,청산을 통해 정리되면서 기업은 단기자금 조달에서도 은행 의존도를 높여야 할 상황이다.

1997년 예금은행의 총대출금과 비통화금융기관의 산업대출금이 각각 2백조4천억원 2백27조4천억원이었지만,2000년 3월에는 그 금액이 역전되어 각각 2백66조9천억원 1백16억7천억원이 됐다.

비통화금융기관의 산업대출금은 2년 사이에 1백10조7천억원이 감소,약 50%로 축소됐지만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은 66조5천억원이 늘어 그 증가액이 33%에 불과하다.

비통화금융기관의 산업대출금이 급속 감소한 원인으로 기업어음의 시장조성자인 종금사의 퇴출과 합병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금융시장에선 은행이나 보험사가 아니면 기업어음을 인수해 줄 대상이 없다.

그러나 은행이나 보험사는 기능상 단기자금보다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이므로,이 기관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자금의 제공 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업은 종금사를 대신하는 단기자금 시장조성자가 확정될 때까지 단기차입금 상환에 각별한 자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금융구조 및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단기자금보다 장기자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해야 한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업의 미래 사업 수익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단기에 유동성 제약을 받는 기업은 미래에 그 생명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둘째,내년 예금보험한도가 2천만원으로 한정되면서 건전한 은행으로의 예금이동과 예금분산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비율이 8%가 넘는 건전한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간의 예금 유치규모는 달라질 것이다.

주거래은행의 건전성 상태에 따라 각 기업이 받는 혜택은 달라질 것이다.

건전성이 낮은 은행의 경우 예금 규모가 감소하므로 거래하는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는 재원도 줄게 된다.

이런 은행은 당연히 거래 기업 중 재무구조가 좋고 미래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즉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배정하게 될 것이다.

건전성이 낮은 기업이 건전성이 낮은 은행과 거래할 경우 그 기업이 신용도를 높이지 않는 한 지속적인 자금공급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신용도란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신용도가 중간이하인 기업의 자금 부족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물론 건전성이 높은 은행으로 거래처를 바꾸려고 하겠지만,건전한 은행들은 옮겨오는 신규 기업고객에 대해 더 철저한 기준으로 대출심사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거래은행을 이동함으로써 받는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채권시장과 증권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는 현재 경제상황에서 자금이 남아도는 곳은 건전한 은행뿐이다.

이로 인해 소위 중견기업이 어떤 은행과 거래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기업은 현재 거래하는 은행의 건전성이 낮다면,건전성이 높은 은행과 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은 은행자금 차입 가능성에서 발생되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간접자금의 조달 창구를 좀 더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개혁으로 인해 한국의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은 불안정한 상태다.

난세의 기업에 영웅이 난다면,그 영웅은 바로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을 잘 짜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