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환 < 엔써커뮤니티 사장 jnchoi@nser.co.kr >

며칠전 신문을 통해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앨 고어가 정보기술(IT)업계에서 속속 답지되는 정치헌금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기사를 흥미롭게 보았다.

보도에 따르면 통신 인터넷 컴퓨터 등 정보통신 업체들이 고어에게 지원한 자금은 우리 돈으로 1백2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같은 액수는 지금까지 조성한 선거자금 총액의 10%에 해당되는 것으로 공화당후보인 조지 부시가 정보기술 업계로부터 받은 기부금 4%를 훨씬 웃돈다고 한다.

정치헌금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된 미국에서 특정업계의 기부금이 한 후보쪽으로 몰리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어는 클린턴 정부 출범과 함께 부통령으로서 ''정보고속도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과정에서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책정에 힘을 쏟았으며,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한 통신법을 주도적으로 입법하기도 했다.

정보통신 업계의 이번 기부금은 이러한 고어의 노력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미국의 투자와 노력은 첨단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90년이후 10년 가까이 ''신경제''라 불리는 고성장과 장기호황의 결과로 이어졌다.

제조업분야에서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추격으로 한때 몰락하는 공룡으로 비유되었던 미국경제가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서의 주도권을 확고히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첨단산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함께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신경제의 호황을 누릴 수 있는 열쇠는 역시 정보기술과 첨단산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상반기 정보통신산업의 수출 실적은 2백32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 정보통신산업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62억4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산업 무역수지 흑자 42억5천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결국 정보통신업종이 흑자기조의 무역수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이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는 분야로 ''정보통신''을 꼽고 있다.

상반기 수출실적은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이 주도하는 한국형 ''신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 첨단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보기술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그리고 이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