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열기가 주춤하고 어음부도율은 크게 늘었다는 엊그제 한국은행의 발표는 실물경제 동향과 관련해 비상한 주목을 끈다.

삼성자동차등 특수요인이 있었다고 하나 7월 어음 부도율이 0.35%를 기록하면서 6월에 비해 0.19%포인트나 크게 늘어났고 이에 반해 신설법인수는 6월의 3천9백48개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3천5백39개에 그쳤다는 것이다.

기업 자금난이 개인사업자들에까지 확산됐고 지난 3월 최고조에 달했던 창업열기는 수개월째 가라앉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각종 다른 경제지표들도 하반기 우리경제의 전도에 대해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산업별 기업규모별 경기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난 상장 및 등록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도 그렇고 소비자 평가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난주 통계청의 조사결과 또한 실물경제의 악화 가능성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은 불안하지만 실물경제(펀더멘털)는 괜찮다"는 그동안의 상황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새로운 요소들이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말이다.

경기 진행 상황은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라 하겠지만 경기선(景氣線)으로도 불리는 종합주가지수 2백일 이동평균선은 이미 지난 4월부터 하락세로 반전되어있고 기업 자금난이 악화되면서 실물경제 각 부문에 걸쳐 우려할 만한 측면들이 나타나고 있음은 보다 치밀한 분석과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마침 새경제팀이 구성돼 나름대로 정책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당장의 현안만 하더라도 은행구조조정,금융및 증시 불안 해소 ,경기양극화 극복 등 한두가지가 아닌 터여서 대안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22일 개최될 경제정책 조정회의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혁의 당위성만 되풀이하는 공허한 명분론이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보다 현실감있는 정책을 펴달라는 말이다.

물론 그동안의 경제회복이 저금리와 원화가치 하락등 가격변수를 조정함으로써 달성한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서 채택가능한 정책 수단들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당국으로서는 각종 실물경제 지표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정확한 상황인식에 도달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해주길 바란다.

공허한 펀더멘털론(論)을 되풀이 하기보다는 문제를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해법을 찾아달라는 말이다.

지금 불안한 것이 금융시장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