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번화가에 있는 라시팔라시 레스토랑.이 식당 2층에 올라가면 시립도서관이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도서관엔 책이 없다는 점.2백여평 남짓한 도서관엔 초고속 통신망이 연결된 워크스테이션 24대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인터넷으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도록 만든 일종의 온라인 도서관이다.

"쇼핑 나온 주부에서부터 직장인과 학생 등 하루에 1천여명이 찾는다"는 게 에리키 루나수오리 도서관장의 설명.

핀란드는 정보화 천국이다.

인구 5백만명인 이 나라의 휴대폰 보급률은 70%.어린이들을 빼곤 대부분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핀란드에서 만든 재킷이나 가방엔 어김없이 휴대폰 주머니가 달려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차역이나 우체국 등 공공장소에는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깔려 있다.

휴대폰으로 전자결제를 해 음료수를 뽑아먹는 자판기도 있다.

러시아와 스웨덴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정보화 대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다.

지난해 휴대폰 시장점유율 29%로 세계 1위,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기업, 핀란드 총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회사.바로 노키아다.

노키아는 제지 고무 케이블 등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문어발 기업이었다.

그러나 90년대초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정보통신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은 직원의 3분의1이 연구원인 하이테크 기업으로 핀란드를 대표한다.

핀란드 정부의 국가전략도 큰 몫을 했다.

90년대 중반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은 핀란드는 금융개혁과 투자개방을 단행하고 전자와 정보통신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투자를 크게 늘리고 대학과 기업을 짝짓는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도 이때다.

기업과 정부가 모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핀란드 사례는 위기이후 한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아닐까 싶다.

헬싱키=차병석 벤처중기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