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 (주)시공테크 대표이사 kspark@tst.co.kr >

나는 최근 어떤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생활에 찌들고 경쟁에 시달리고 기술에 놀라며 오직 앞과 위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우리들의 역사 문화 등에 대해 갈망과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배양을 염두에 둔 동물복제의 성공,생명의 암호를 푸는 게놈 프로젝트,사람과 똑같은 로봇의 등장 등에서부터 물가 주식시장 승진 전보 등 정신없이 닥치는 현실은 문화적 여유를 빼앗아버렸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혼돈과 변화와 스피드의 시기일수록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문화를 더욱 갈구하는지도 모른다.

작년 10월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문화유산에 관한 책을 발간했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책은 아니다.

어릴 적 연약한 어깨를 힘들게 했던 지게며,조금은 신기하기도 한 어머님들이 삼베를 짜시던 베틀,전기가 없어 기름을 담아 어둠을 밝히던 등잔,냇가에서 고기잡다 쉬던 돌다리 등등….

그러니까 우리들의 시야나 뇌리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전문가들의 고증을 받아 담은 것들이다.

아직은 이 책을 돈주고 사서 즐길 수 있을 만큼 여유있는 사회가 아님을 알고 있는 우리는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그냥 준다.

그런데 이 책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요즘 이런 저런 책들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 때는 반갑지 않고 짐만 되는 경우가 있다.

마지 못해 인사로 감사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돈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소설도 아니지만 이 책을 받은 사람들은 귀찮아하지 않고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값싼 인사치레의 가치부여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보내준 감사의 편지나 e메일을 통해 감지한다.

이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것을 ''문화사랑''이라고 진단한다.

우리 모두는 선조들이 일구어 온 유·무형의 독특한 우리문화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런 책들을 잇따라 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