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와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대성이다.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아도 대체로 이씨보다는 김씨의 수가 많고 시조의 출신지나 그 씨족이 대대로 살아온 고장을 뜻하는 본관은 김씨가 89개, 이씨가 1백59개로 이씨가 단연 우세하다.

조선왕의 종친인 전주 이씨는 ''무슨 대군파''니 ''무슨군파''니 하는 것이 1백가지가 넘고 김해 김씨만 해도 13개파가 있다.

우리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너는 무슨 대군의 무슨파 몇 대손''이라고 가르친다.

초등학교 2학년 ''바른생활''교과서에는 족보를 보여주며 조상 본받기를 다짐하는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가 나온다.

또 족보만을 출판해 온 한 출판사는 반세기동안 1천2백여 문중의 족보 5백여만권을 발간했다고 한다.

''출판연감''에는 97년 새로 발간한 족보만 76건에 이른다.

셀수 없이 많은 종친회는 물론 대전에는 족보박물관도 있다.

족보가 지금도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다.

족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역사학자들은 족보가 양반사회가 무너져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귀증한 사료로 평가하고 있다.

신분세탁용의 가짜족보도 그런 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하지만 족보를 혈통과 신분을 증명하는 자료로 악용,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연결시켜 중시하는 생각은 민주사회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하면 전주 김씨 시조묘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족보대로라면 고려말 인물인 시조 문장공 김태서는 신라 경순왕의 넷째 아들 대안공이 7세손이다.

이것도 민족 동질성의 하나이다.

정말 의외의 발언이다.

98년 사망한 지관 손석우씨가 ''미좌축향''의 명당이라해서 32대 손 김일성 주석이 지기를 받았다고 한 까닭인지 전북 완주군 모악산 시조묘에는 하루 1백여명의 호사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남한방문이 실현돼 시조묘를 참배하겠다면 그 길을 막을 전주 김씨는 한 사람도 없을 것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