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어린 이산가족의 만남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2000년8월15일이라는 시점만 같이할 뿐 전자와 후자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사안은 하나같이 경제와 무관한듯 하면서도 또 그렇지만도 않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통하는 일면이 있다.

경제기자로서 나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적잖은 관심을 갖는다.

공화당이 이기느냐,아니면 민주당이 계속 집권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정책도 상당히 달라지겠지만 그런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사상 유례없는 장기호황,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이른바 신경제를 열었다고할 민주당정부의 경제적 성공을 미국 유권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특히 나의 관심을 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고있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간 격차가 근소한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나왔다.

싸움은 이제부터겠지만 고어의 열세도 흥미롭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선거전략도 볼만하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클린턴과의 차별화 전략도 다양하다.

클린턴 스캔들에 비판적이었던 유태계 리버만 상원의원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한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전당대회에서도 진보적 색채를 한결 분명히 해 중도성향이었던 클린턴과 다른 점을 보여줄 것이란 게 외신보도다.

낙태의 자유화,동성애의 권리를 주장하는 인사들의 전당대회 연설도 예정돼있다.

미국 저소득층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을 확대,이른바 ''제3의 길''이라는 클린턴류(流)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쪽으로 나아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다.

92년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택한 것은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이 경제에서 실패했다는 판정을 내렸다는 것을 뜻한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무력으로 응징,''강력한 미국''을 유감없이 보여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다락같이 높았던 지지율이 재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높은 실업률 때문이었다는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렇다면 전례없는 대호황에도 아랑곳 없이 집권당이 또다시 열위에 처한 2000년의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경제에 실패하면 다른 어떤 것에서 성공하더라도 정권은 바뀐다는게 92년 미국대통령선거의 교훈이라면,경제에 성공해도 정권이 바뀔수 있다는걸 이번 선거는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두 선거가 말해주는 것이 결코 상충되는 것만은 아니다.

경제는 정권유지를 위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아니지만 아무리 평가절하하더라도 필요한 조건임에 틀림없다는 말로 종합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들의 이산가족 만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비록 올해의 그것이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의 첫 만남은 아니지만,어쨌든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할 이번 만남을 포함한 최근의 남북상황은 확실히 고무적이다.

경의선 철로 복원공사가 이렇게 빨리 시작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이 상봉뿐 아니라 재결합할 수도 있는 날이 어쩌면 멀지않아 올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정말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고,또 그런 점에서 정부의 판단과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이게 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경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또한 분명하다.

북한의 경제적 필요,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능력이 근저를 이루고 있다고 봐 잘못이 없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경제가 잘돼야 남북관계도 잘될 수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고 경제를 다시 정상화시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상황에 문제가 적지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폭적인 경제장관 개각은 경제운용에 대한 정부 스스로의 평가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된데 대한 원인분석이나 진단은 주관에 따라 다소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의욕이 살아나야 경제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기업정책 전반에 대한 겸허한 재점검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