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다.

경제생활이 이루어지는 기초 단위도 가족이며,사랑과 안식이 제공되고 정서적 만족감을 얻는 곳도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지고 국가도 무너진다.

가족 구성원이 흩어져 만날 수 없는 경우는 그 자체로 비극이다.

나아가 그런 가족이 많은 사회는 일종의 ''불구 사회''인 셈이다.

우리는 분단 때문에 수많은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이산가족의 비극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리기 힘들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그렇다치고 수백만 이산가족을 안고 온 한반도 자체가 불구였다고 할 수 있다.

드디어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서울과 평양에서 만나게 됐다.

더구나 역사적 8·15 광복절에 상봉이 이루어지니 뜻이 더 깊다.

소원을 풀게 된 당사자들의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감동 또한 클 것이다.

남북 분단을 결정적으로 굳힌 사건이 한국전쟁이었다.

전쟁이 없었다면 지난 반세기의 강제된 이산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전쟁 50주년이 되는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와 교류의 국면으로 나아가는데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6·15 남북공동선언이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공동선언 제 3항은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8월15일 즈음''에 이산가족 및 친척 방문단을 교환한다는 합의내용이 담겨 있다.

그 합의가 실천된 것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공동선언의 실천적 이행을 예측하는 데 있어 일종의 바로미터로서도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또 향후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가 제대로 이루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북한 당국이 한반도 데탕트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남한내 회의론자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데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이산가족 만남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특히 이산 1세대가 고령인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급박하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좀 더 쉽게,또 빨리 만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겠다.

지금처럼 절차가 복잡하며 도식화돼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와 운영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라고 하겠는데,남북 당국이 서둘러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산가족면회소가 설치되면 이산가족 당사자나 남북한 당국 모두에게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사확인 작업,서신·소포 교환 업무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흩어진 가족의 상봉이 최선이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그럴 수 없는 경우 서신·소포 교환이 차선책이다.

남북간에는 아직 불신이 있고 적대감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런 관계를 지닌 양측이 무슨 일이건 같이 잘 해나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그런 사안에 속한다.

민감하다면 민감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인도주의 정신이 강조돼 왔으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앞으로도 십분 발휘돼야 한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이른바 ''전쟁포로''문제 등이 후속 사업으로 잡혀있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는 흩어진 가족의 만남이라는 1차적 의미를 넘어 훨씬 큰 목표,즉 분단의 극복과 통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통일은 결국 남과 북에 사는 사람들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남북을 자주 왕래하는 것이 분단 극복의 왕도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통합하는 데는 ''마음의 통일''이 제일 중요하다.

가족은 정서의 공동체요 마음의 공동체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서적인 한을 푸는 일이기도 하지만,갈라진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산가족이라는 불운을 피한 사람들도 이번 상봉을 지켜보면서 우리 민족의 마음을 분단이 아니라 통합쪽으로 가져가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불구로 반세기를 보낸 한반도가 그 불구를 치유하고 정상적인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leesh@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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