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총재의 목을 쳐서라도 재할인율을 0.5%포인트 더 내려야 합니다. 총리의 힘은 막강하지 않습니까? 말을 안들으면 총재를 바꿔서라도 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참의원 선거를 6개월여 앞둔 지난 92년2월.당시 자민당 부총재였던 가네마루 신 의원은 민심을 추스르고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선 일본은행의 협조가 필수라며 정치권의 개입을 촉구했었다.

이때의 총리는 공교롭게도 미야자와 기이치 현 대장상.정치권의 주문이 먹혀들어 갔는지 몰라도 일본은행은 1개월후 재할인율을 인하했다.

일본은행이 제로(0)금리정책을 포기하고 10년만에 처음 금리를 올린 그 다음날인 12일 아침. 일본언론은 일본은행의 이번 정책변경이 ''목을 걸고 한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사실 하야미 마사루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지속해온 제로금리정책의 중단을 놓고 최근 수개월간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시장과 민심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한 일본정부와 여당은 끊임없이 제동을 건데 이어 ''의결연기청구''라는 카드를 내밀며 막판까지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제로금리정책 포기가 몰고올 변화에 대해선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발표 당일에는 엔화값이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등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지만 진짜 반응은 금주부터 나올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일본의 고위 경제관료와 정치권,재계인사들은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이 성급한 카드였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변화여부를 떠나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해제를 계기로 ''정치권의 입김이 중앙은행을 좌우하는 시대는 갔다''는 것을 안팎에 알린 소득을 챙겼다.

"결정은 우리가 내리고 정부는 집행만 하면 된다" 제로금리 해제여부를 둘러싸고 외부압력이 빗발칠때 하야미 총재는 이같은 말로 소신을 지켜냈다.

그리고 정책의 신뢰회복과 금융시장기능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집행부와 함께 정책선회를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고심끝에 내린 일본은행의 결단에 대장성과 정치권,그리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월요일 아침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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