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본 정부는 제조업 숙련 기술자를 특허로 인정하는 획기적 방침을 밝혔다.

비즈니스 모델에 이어 이제는 사람을 특허로 지정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형문화재"제도와 다르다.

한 인간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 종래의 "장인(마이스터)"제도와도 다르다.

특정기업 고유의 폐쇄적 평가,보수체계에 따라 해당 근로자의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계를 망라하는 거대 시장 안에서 해당 지적자산을 쓰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로부터의 사용료로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시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시장인간"이라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사맨에서 시장인간으로:70~80년대 일본에서 가장 선망받았던 직업인들 가운데 하나는 미국 중앙정보국보다 정보력이 앞선다는 소고쇼샤(종합무역상사)들의 "상사맨"들이었다.

상사맨을 주제로 한 "쇼군"이란 소설과 영화가 한때 국제적 화제가 됐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 상사맨은 현대에 환생한 중세 "기사"또는 "무사"들이었다.

그러나 80년대 말을 기점으로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면서 종래 경외심 마저 일으켰던 상사맨은 현재 "회사인간"으로 전락한 상태다.

회사인간의 특징은 자신과 가족보다 회사를 우선하는 "희생정신"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희생의 결과가 종신고용제 폐지와 대량감원,직급파괴,다면 평가제라는 불확실성과 함께 회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안부재의 답답함 등 자조적 비관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런 "회사인간"이 이제 "시장인간"으로서 새 활로를 찾아 나가고 있다.

<>세계 도처에 널린 시장인간:특정 조직의 내부적 평가,급여체계가 아니라 시장 시가로 보수를 받는 시장인간은 이미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스톡옵션제도도 시장인간으로 가는 과도체제다.

근로의 대가가 시장내 주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전문기술직 종사자의 한 직장 평균 재직기간이 고작 13개월에 불과하고,대다수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1년이 안 되며,모든 업종의 이직률이 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모두 "만인의 시장인간화"추세를 말해준다.

여기다 두뇌 인력 경매사이트,''bid4geeks.com'',''talentmarket.monster.com'',''FreeAgent.com'' 등이 계속 생겨나는 것도 시장인간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에서 자기 하고픈 일만 골라하는 프리터(프리+아르바이터)가 1백20만 명을 넘고,미국에서 1회용 사장이 유행이며,점진적 은퇴제도가 확산되고,한국에서 각급 기업들이 온통 벤처캐피탈 형 지주회사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다 시장인간시대의 도래를 입증한다.

<>왜 시장인간인가:첫째는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정적인 고용주도 직원들의 장래를 장담할 수 없다.

사장이하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이 스톡옵션으로 서로를 꽁꽁 동여매고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둘째는 부 창출의 근거가 지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단순 노동이나 설비 등과 달리 무형물인 지식의 가치는 계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제 아무리 세련된 내부 평가모델도 이것 앞에선 무력하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지식의 가치평가는 결국 효율적 시장에 맡겨질 수밖에 없게 됐다.

셋째는 공정하기 때문이다.

내부 평가제도는 사내정치역학,연공,나이,성별,출신학교 등 기업성과와 무관한 비경제적 요인들이 대거 개입됨에 따라 공정성이 떨어진다.

현직 만족도가 시간이 갈수록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넷째는 모든 일이 독립적이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종래 협업,집단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던 일들이 인터넷 덕분에 모두 개별화되고 있다.

신동욱 shin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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