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부근에서 휴대폰 장식 사업을 시작한지 8월째에 접어든 P씨(28세).

그는 IMF 경제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지난 1년 동안 운영해오던 컴퓨터 유통사업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업종을 전환했다.

현재는 월 평균 3백만원 안팎의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다.

P씨는 학창시절부터 유달리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바로 컴퓨터 조립업체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경력 10년째에 접어들던 지난 96년,주위의 권유로 컴퓨터 유통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운대 근처의 대형 백화점 부근 골목에 위치한 4층짜리 상가 2층에 10평 규모의 점포를 얻었다.

P씨는 비교적 작은 평수의 이 점포를 매장과 사무실 겸용으로 사용했다.

서울의 용산이나 테크노마트처럼 A급 상권은 아니었지만 백화점 부근에 위치한 B급 정도의 상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었다고 한다.

창업비용은 3천만원 정도였다.

초도물품 구입비 2천만원,점포임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가 40~50만원 수준이었다.

자금력의 한계로 비교적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물품은 서울 용산에서 구입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부산의 전자상가를 이용했다.

전화번호 책자에 등록하고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 외의 홍보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업 초창기에 장사가 잘될 때는 4백~5백만원 까지 순수익을 올렸으며 많을 때는 7명까지 직원을 고용했던 적도 있다는 것이 P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피서철에만 유동인구가 많고 겨울철 비수기에는 손님이 적은 것은 해운대 주변 모든 상가들의 공통적인 약점이었다.

이에 따라 계절에 따른 매출 변화폭이 너무 컸다.

이같은 피서지의 특성 때문에 P씨는 호구지책으로 겨울철에는 직원을 1명만 둬 점포 유지비를 줄여보고자 노력했다.

비수기동안 P씨의 순수입이 월 1백~2백만원 선에 그쳤기 때문에 감원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수지타산도 맞지 않았다.

물품 구입비를 제한 매장유지비는 임대관리비와 직원급여 등으로 매월 4백만원 정도가 일정하게 지출되는데 반해 최신형 펜티엄 MMX233급 컴퓨터 한대의 조립판매 가격은 75~90만원밖에 안됐던 것.

B급 상권지역으로 여건은 좋았던 편이었지만 골목쪽 외진 지역에 매장이 위치하다보니 고객확보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P씨의 얘기다.

다른 유통업체와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손님을 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리해서라도 낮은 마진율을 고수했던 것도 사업실패의 한 원인이었다는 게 P씨 스스로의 진단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