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 독점전재 ]

지난 78년 이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일년에 두차례 의회에 출석,미 경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증언을 해 왔다.

지난달 20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증언을 한 데 이어 25일 하원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명확하게 의견을 표시하지 않고 다소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과열 조짐을 보였던 경기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이어 "그렇다고 인플레 위험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와 함께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는 미국경기가 일시적인 것인지 연착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인지도 현재로선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이번 발언은 매우 분명했으며 또 낙관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미 경제의 성장과 생산성향상, 실업률 및 임금상승 등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분명 과거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패턴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미국내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인플레 압력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4·4분기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무려 7.3%에 달했던 점을 상기해 보면 잘 알수 있다.

FRB가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6차례나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미국경기는 서서히 둔화의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소매판매나 신규주택건설 등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기연착륙의 징후를 보여 주었다.

그렇지만 현재 가장 불투명한 것은 이러한 경기하강조짐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져 성공적인 연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와 함께 상호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경제지표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도 미국경제의 전망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지난 6월 신규주택건설은 전월에 비해 2.6%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달 기존주택의 판매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두달연속 오름세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5.2%로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내구재수주등은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경기과열의 징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하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마디로 주식회사 미국의 경제는 전례없는 혼합된 신호를 내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그린스펀은 생산성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몇년간의 생산성향상은 구조적인 것이며 또 이러한 구조적인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경직성문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까지 3개월 연속 고용비용지수가 완만한 상승곡선을 나타낸 것이 그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준리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현재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지만 불과 두달 전만 해도 8월에 FRB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와 관련,"앞으로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를 참고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혼란스럽게 보이는 현 국면을 그가 헤쳐가기 위해 어떠한 카드를 꺼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英 이코노미스트 8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