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활동이 작년말에 비해 많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벤처기업 설립 붐은 여전하다.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기업수가 7월말 현재 7천여개를 넘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금년 1~7월 벤처기업 등록건수는 2천2백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백41건에 비해 3.3배에 달한다.

"벤처강국 코리아 건설"에 대한 믿음과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벤처기업의 업종과 성향이 진화하고 있는 점이다.

벤처기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요건별로 벤처캐피탈투자기업,연구개발투자기업,신기술개발사업,기술평가기업의 4가지 방법이 있다.

지난해에는 4가지 등록방법 선택 비율이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기술평가기업"에 의한 등록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나 사업 착안보다는 "차별화된 기술"이 강조된 벤처기업 수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업종에 있어서도 순수한 인터넷 닷컴기업이 선도했던 지난날의 벤처 풍토와는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생명공학 건강 환경 신소재 분야,그리고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서 벤처기업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벤처기업 설립을 주도하는 그룹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정부가 고용구조를 개선해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벤처 창업을 주도하고 개인이 창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구조개혁 차원에서 대기업군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네트워킹을 통해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기업을 돕는 벤처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벤처 인큐베이팅은 중소기업청이나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진흥원의 창업지원센터,지방자치단체,대학의 벤처인큐베이팅센터 등 관이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이 커지면서 벤처기업 창업에서 마케팅,자금조달,해외진출,코스닥.나스닥 등록 등을 원스톱으로 도와주는 민간 벤처 인큐베이팅 및 컨설팅 업체가 1백개 이상으로 늘었다.

한마디로 벤처기업 육성이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벤처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벤처집적타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요즘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이곳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얘기한다.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사무실,아침부터 밤 늦도록 계속되는 교통체증,심각한 매연,벤처 지원기관 직원의 불친절과 지원 서비스의 감소 등으로 테헤란밸리를 떠나는 벤처가 늘고 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 3천달러를 주고도 구하기 힘든 아파트,온종일 계속되는 교통체증,정부지원의 감소 등으로 실리콘밸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를 떠나 다른 곳에 터를 잡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

그중의 한곳이 교통요지로 알려진 콜로라도주의 덴버/불더 코리도이다.

여유공간이 충분한데다 주정부가 벤처를 적극 지원하고 공공-민간 공동으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고 알려지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레벨쓰리 등 널리 알려진 기업은 물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이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헤란밸리의 대안으로 성남 용인 등에 벤처집적타운을 건설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대덕에는 바이오산업 등 특성화된 벤처집적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벤처환경이 "관 주도의 정책"보다는 "시장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벤처거품론이 확산되고 벤처기업들이 곤경에 처하자 정부에 각종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본다.

지금은 벤처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벤처기업의 성공 여부는 남에 의해 갈라지는 것이 아니며 벤처기업인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벤처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상의 전환" "자세의 전환" "행동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kangseho@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