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기업 ''자발적 절약 협약'' ]

포항제철이 사용하는 전력은 1백만 짜리 원자력발전소 2기용량에 육박한다.

지난98년에는 1백67만kW수준의 전기를 사용했다.

자체적으로 2백만kW의 발전시설을 갖추고 전기를 충당한다.

이같은 포철의 연간 전력사용량은 서울 시민 연간사용전력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큰 만큼 에너지도 많이 사용하는 셈이다.

철강과 화학등은 공정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업종.

생산원가중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에너지를 줄이는 만큼 수익이 쑥쑥 증가한다.

이때문에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에너지절약노력은 필사적이다.

자동차 제지 섬유 식품 등의 업종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같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업체들과 협약을 맺어 에너지절약노력을 독려하고 지원한다.

연간5천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t이 가진 열량)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이 5개년 동안의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배출감소 목표와 일정을 스스로 설정해 이행하고 정부는 이를 전폭 지원함으로써 기업과 정부가 상호협력하여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 바로 "자발적협약"(Voluntary Agreement)이다.

자발적 협약 참여업체들은 스스로 에너지절약방법을 선택할수 있어 신축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정부로서는 업체들의 계획수립에 함께 참가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에너지절약을 독려할수 있어 효과가 높다.

작성된 추진목표와 일정을 통해 프로그램시행효과를 쉽게 예측할 수도 있다.

이같은 자발적 협약은 정부와 기업이 서로의 입장을 감안함으로써 이해와 신뢰를 촉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발적협약에 참여하는 업체에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전문가들이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고 계획수립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기술적인 문제들도 해결해준다.

정부는 연5.5%의 저리자금을 3년거치 5년분할상환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융자해준다.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매년 절약목표를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점검하고 우수기업을 포상한다.

지난98년말 처음으로 포항제철등 15개 사업장과 협약을 맺은뒤 2000년 7월현재 1백12개 대규모 에너지사용 사업장과 협약을 체결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들 1백12개 사업장의 에너지사용량은 모두 3천3백만toe로 산업부문 에너지사용량의 35.6%를 차지한다.

2003년까지 대상업체의 약80%인 5백67개 사업장과 협약을 체결한다는게 자발적협약을 관리하는 에너지관리공단의 계획이다.

올해는 한국전력등 14개 국영기업체의 약20개 사업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등 약77개사업장과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자발적협약의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 98년12월과 99년7월에 협약을 체결한 4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77만5천toe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당초 절감목표 80만4천toe의 96%를 달성했다.

금액으로는 1천4백18억원의 에너지절감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CO 배출량도 7천7백64tc(탄소t)이나 줄였다.

이들 사업장의 지난해 에너지사용량은 2천1백90만toe로 국내 총에너지사용량 1억8천2백만toe의 12%를 차지한다.

폐열을 회수해 이용하는 장치를 설치하거나 에너지절약형설비로 교체하는등 에너지절약시설에 모두 2천6백93억원을 투자했지만 1.9년이면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수 있게 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진작부터 자발적협약을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국제에너지기구 가입국가에서는 전기수요관리를 비롯해 산업,민생,수송분야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부분에 걸쳐 3백50여개의 프로그램이 수행되고 있다.

이들중 3분의2이상은 산업공정및 에너지 생산부문에서 추진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장기협약제도와 독일의 부문별 자발적 협약은 법적 강제성이 높고 참여자에게 많은 준수사항이 부과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적 강제성은 낮지만 참여자준수사항이 많은 기후배려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