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후반개혁을 담당할 새 내각의 출범을 축하하며,몇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새 경제팀은 구조조정의 유효성을 높임으로써 구조조정 피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2년반 남짓 우리는 시한을 정해 놓고 강력한 정부의 계도하에 구조조정을 해 왔으며 성과도 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든 금융·제조기업들이 다 개혁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다 보니 온 경제가 구조조정의 긴장과 피로에 휩싸이게 된 반면 구조조정의 효과는 노력에 비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선진화의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된다.

경제란 목표와 시한을 정해 놓고 명령하고 다그친다고 해서 모든 경제부문이 단시일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일을 정해 놓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구조조정을 항시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으로 정착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장의 개방,진입 및 퇴출 자유의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경제를 보다 열린 경쟁적 구조로 만들어 내는 것 이상의 묘책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구조조정 정책대상을 국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경쟁은 반드시 경제주체들간의 우열을 정해주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가 설령 3류경제라 해도 모든 금융기관,기업이 다 문제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의 압력은 반드시 가장 못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집중되는 법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문제있는 경제주체들만을 엄격한 기준에 의해 구조조정시키는 정책이,앞서가는 경제주체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자발적 구조조정에 참여하도록 하면서도 구조조정 피로는 최소화시키는 길이 된다.

다음으로 새 경제팀은 공적자금을 더 이상,못하는 자에게 더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공적자금은 못하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을 청산하는 데 불가피하게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금융의 부실규모나 공적자금 규모에 대한 탁상공론에서 탈피하여 구체적으로 위에서 제시한 원칙하에 문제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이 더 시급함을 알아야 한다.

금융과 기업은 살아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어느 기업,금융기관이 진정으로 부실한지 여부는 구체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어야 그 과정을 거치면서 동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정태적으로 본 부실규모는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새 경제팀은 구조조정정책과 경제 안정화 정책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 정책은 단기적으로 항상 경제에 부담을 안겨주는 작업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불안 가능성을 두려워해서 예컨대,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나 기관을 살리려 한다면 일시적 경제안정은 이룰지 모르나 원칙에 의한 구조조정은 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경제안정화기능도 수단도 없는 금감위가 구조조정은 물론 경제안정화 책임까지 짐으로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일부 구조조정의 난맥상이 초래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재경부나 금감위는 엄격한 금융논리하에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되,이에 따른 금융경색이나 혼란 등 전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영향은 경제안정화 기능을 갖는 한국은행이 풀어갈 수 있도록 한국은행과의 정책협조 및 조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 내각은 개혁피로를 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의 목적은 국민들의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어떤 특정행동을 선호하고 있다면 이는 반드시 우리나라의 문화적·법적·제도적 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개혁은 인적(人的)청산방식이 아니라 잘못된 문화와 법 제도 관행과 싸워야 한다.

새로운 법·제도를 만들고 국민들이 새 환경에 맞춰 행동양식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줄 알아야 개혁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shj@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