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은 국민의 정부 후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제부총리로 예정돼있는 재경부장관에 진념 기획예산처장관,그 후임에 전윤철 공정위원장,금감위원장에 이근영 산은총재등을 기용한 새 경제팀의 면면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의도를 읽을수 있게 한다.

그러나 당면한 우리 경제의 현실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로 가득차 있다는 점에서 새 경제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할 것같다.

크게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의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지만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현안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추진해온 기업및 금융구조조정은 아직도 혼선을 거듭하면서 금융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기위축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추세다.

경제 각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개혁 피로증세는 자칫 잘못되면 제2의 위기를 몰고 올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단편적인 정책처방보다 그동안 누차 지적돼온 정책불신을 해소하는 일에서부터 종합적인 정책목표의 제시와 정책우선순위의 재조정등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동안 경제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아 정책조율이 안되고 혼선이 빚어져 정책불신을 초래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세간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경제주체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당면과제 가운데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될 것은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현대문제를 비롯해 기업자금 지원체제의 마비 등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쉽지않은 과제이긴 하지만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모든 문제들이 풀리기 어렵게 돼있다.

특히 기업자금공급의 애로가 계속된다면 성장잠재력의 파괴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새 경제팀에 주어진 과제들을 망라하자면 한이 없다.

그러나 한가지 덧붙이자면 정부가 관치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하고 싶다.

어떤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정부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의 자생력을 떨어뜨리는 것과 다를바 없다.

정책효과가 다소 더디게 나타나더라도 정부는 법과 제도를 통해 시장경제의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