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절벽산책''(돈 슈나이더)의 주인공은 미국 유수대학의 교수다.

그는 어느날 교수 정원이 넘친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실력을 믿고 당당하던 그는 2년반동안 1백여개 대학에 지원하지만 거절당한다.

결국 그는 페인트공으로 살아간다.

대학에서 밀려난 교수의 참담함은 소설 주인공의 심정만은 아닐 것이다.

올들어 재임용에서 탈락된 교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교육부의 ''2000학년도 1학기중 재임용 탈락교수 현황''에 따르면 1학기동안 고려대 상명대 인제대 광주여대 한려대등 8개 대학에서 지난 한해 탈락교수 25명보다 많은 30명이 재임용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전문대도 비슷한 실정이다.

1976년 도입된 교수 재임용제의 목적은 ''교수들의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를 지양하고 학술연구활동을 진작시키며 면학분위기를 제고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전임강사이상만 되면 승진과 정년이 보장되는 데서 오는 교수들의 게으름을 막고 연구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하는 교수가 생겨나면서 문제가 됐다.

특히 재단의 입김이 큰 사립대의 경우 연구능력과 상관없이 껄끄러운 교수를 쫓아내는 방편으로 쓰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적지 않은 잡음을 일으켰다.

재임용 제외교수들이 모두 억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교수직을 박탈할 때엔 엄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절대적이다.

소속대학에서 탈락이 결정돼도 재심기구에서 연구실적 위주의 엄격한 재평가를 통해 구제받을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창조적 연구와 비판적 지성의 산실로 만들려는 목표와 달리 보신과 굴종의 소굴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는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2002년부터 계약임용제와 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 또한 기존 관행으론 대학의 수준을 높일수 없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재임용제에서 드러났듯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제도보다 진정 연구하는 교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때 대학 발전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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