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 서강대 교수 / 경제학 >


경제팀의 자리바꿈이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임무를 맡은 분들께 축하와 함께 위로의 말씀도 곁들이고 싶다.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그들의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새 경제팀의 시급한 과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동안 시장은 경제정책 책임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어떠한 정책도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었고 오히려 그 부작용만 확대되어 시장을 더욱 꼬이게 하곤 했다.

왜 시장은 옛 경제팀을 신뢰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관료집단의 타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고 싶다.

관료집단은 그 구조적 특성상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일을 한다.

때문에 시장상황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그러한 진실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경제팀의 보고서는 흔히 시장의 진실로부터 동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정부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어두운 시장 상황을 장밋빛으로 도색하는 한 누가 경제 부총리고 누가 장관이 되든 시장은 그들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기보다는 증대되어 왔다는 점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정책이라는 신호등에 따라서 움직인다.

때문에 신호등은 뚜렷하고 확실하게 켜져 있어야 한다.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거나 꺼져있는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교통혼잡을 우리는 흔히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시장참여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신호등이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신호등을 조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다른 단추를 누르고 있어서 빨간불과 파란불이 동시에 켜져 있기도 했으니,시장참여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의 처리,공공개혁의 추진,재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서 정책당국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투 대투 등 투신사의 부실채권 규모 산정과 그 처리에 대한 경제팀 내부의 혼란과 2차 은행구조조정에 관한 일관된 비전의 결여로 금융계는 각종 괴담에 시달렸고 시장참여자들은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금융노조의 파업도 이런 와중에 나타난 극도의 불안감의 표출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경제정책이 문제의 뿌리를 찾아 처방하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려는 땜질식 미봉책을 선호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의 경색 현상을 타개하기 위하여 지난 6월 중순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책은 바로 이러한 미봉책의 한 예다.

추가투입 공적자금 소요액의 진솔한 규모,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의 상황과 처리 계획,채권시장의 시장원리 회복 등 금융 불안의 뿌리를 제거해 줄 정책이 제시되지 못했고 그 뿌리 때문에 나타난 심근경색을 아편으로 다스리는 식의 구급약들만 처방되었다.

우리가 97년 말에 외환위기를 맞게된 것은 기업의 과다부채,금융산업의 후진성,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더욱 중요한 원인은 정부 행정의 비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말로는 국제화 세계화를 외쳤지만 행정의식과 행정능력은 6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조리와 비리등 도덕성 상실은 지속됐고,공기업등은 행정편의에 의해 관리됐다.

이러한 행정 비효율성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는 유능하지만,구조조정의 방향과 속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이 터지면 미봉책으로 그때 그때를 넘기려는 도덕적 해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경제 행정이라고 평가한다면 잘못된 판단일까.

이번의 자리바꿈으로 경제 행정을 책임지게된 분들은 60년대부터 우리 경제 정책에 꾸준히 관여해왔다.

때문에 그들의 경륜과 행정 경험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느낀다.

그러나 그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개방경제의 시장은 매우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다.

개각일인 어제(7일)의 주가 급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새 경제팀의 건투를 빈다.

kidoo@ccs.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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