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수요증가를 가져왔다.

늘어난 수요는 현재 잠재공급량을 초과하고 있다.

수요가 잠재공급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는 불균형에 빠진다.

수요를 늘려 미국경제의 불균형을 촉발시킨 것은 가계지출이 놀랄만큼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계지출은 지난 99년말부터 올초까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다 최근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연말에는 소비가 다시 늘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년간 경기팽창이 이어지면서도 지출이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던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제는 소비지출이 줄어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었다는 점을 한 근거로 든다.

주가하락에 의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감소가 소비지출을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소비지출 감소를 대세로 보는 두번째 근거는 가계 부채 증가다.

지난 6년간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이자를 포함한 상환금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원유값이 크게 올라 소비자들이 연간 7백50억달러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 것도 가계지출이 줄어든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가계지출 감소를 예상하는 또다른 이유는 주택과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량이 지난 3년간 연간 6%씩 가파르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가계에 쌓여있는 내구재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는 새로 구입할 품목이 적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내구재 비축증가에 따라 주택신축은 최근 많이 늘지 않았다.

내구재 소비증가가 둔화되면 제조 무역 등 각 산업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소비지출 둔화는 최근의 현상이므로 앞서 언급한 전망들은 모두 임시가정일 뿐이다.

장기적인 경제전망에서 소비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이다.

생산성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소비지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까지 생산성은 구조적인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재 주문도 여전히 밀려있는 상태다.

또 가계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내수요가 증가,생산을 웃도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수요증가는 수입증가와 노동인구 유입을 유발했으며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입비율을 확대시켜 왔다.

실업률 감소도 여전히 경제불균형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만약 국내수요가 잠재공급량을 초과하는 불균형현상이 계속되면 1백12개월동안 지속된 경기호황은 위협을 받게 된다.

임금상승률의 경우 현재 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지는 않지만 일손부족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벗어나는 수준까지 심화된다면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을 급격히 위협하게 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유지되려면 수입품이나 인력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줄어야 한다.

그러나 낮은 실업률은 아직 임금과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남아있다.

연준리(FRB)는 올 하반기 실업률을 4%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적정수준(4.5%)보다 낮은 상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치다.

경제성장률은 4∼4.5%로 상반기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중반까지는 경기팽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FRB는 경기과열과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대응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해 왔다.

금리인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제불균형을 초래하지 않고 가능한한 높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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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