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가 지난 5월말 이후 하향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채권시장에는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내년까지 만기도래하는 8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그것이다.

극소수 우량기업은 별 문제가 없지만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연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금융불안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여건으로는 중견기업이 만기도래한 회사채를 착착 차환발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기업자금난 가중->신용경색 심화->증시불안->금융구조조정 차질''이란 악순환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회사채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자금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황=지표금리와 체감금리가 따로 논다.

국고채와 A급 회사채를 기준으로 하는 지표금리는 지난 5월말 각각 연 9%와 연 10%에서 현재 연 7.84%와 연 9.00%로 하향안정세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금리 하락은 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금리 탓이 아니다.

한 투신사 채권펀드매니저는 "정상적인 기업이더라도 모두가 기피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덜렁 회사채를 인수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만기도래 회사채중 만기연장이 쉽지 않는 BBB+ 이하가 68%인 19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투기등급(BB+이하)만 5조5백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올해 만기가 되는 투신사 하이일드.CBO펀드에 들어있는 5조원가량의 투기등급채권의 처리문제도 큰 골칫거리다.

59조원이 만기도래하는 내년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원인=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용경색,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최대 회사채 인수기관인 투신사의 자금여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경색의 골자는 오락가락하는 구조조정에 따른 미래 불투명성이다.

증시불안으로 시중자금은 안전한 은행, 그것도 주택.국민은행 등 기업금융과 다소 무관한 금융기관으로만 이동하고 있다.

이 역시 단기자금이어서 1년 이상의 장기자금을 필요로 하는 채권인수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비과세상품 및 MMF(초단기 채권형펀드) 등을 통해 투신권에 자금이 소폭 유입되고 있지만 별무소용이다.

비과세펀드는 국고채 통안채 등 리스크가 거의 없는 채권만 사들이고 있다.

초단기자금인 MMF로는 회사채를 사들일 수가 없다.

권경업 대한투신 운용본부장은 "고객들이 앞장서서 위험자산을 편입하지 말라고 요구해 돈이 들어와도 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인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파장=회사채시장 마비는 두고 두고 증시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멀쩡한 기업까지 ''도산''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장 전반을 불안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지속되고 증시침체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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