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이미지의 노래가 진행됨에 따라 진성호의 눈에는 그녀가 에비타와 점점 닮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비천함과 고귀함이 혼합된 여자…통제할 수 없는 욕정과 현실세계의 위선이 항상 교차하는 여자…한순간 창녀가 되었다가 다음 순간 귀부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여자….이 모든 것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여자의 상징이라고 그는 단정지었다.

진성호는 이미지가 열정과 가식으로 부와 명예를 쟁취한 에비타가 되고 싶어함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힘으로 이미지를 에비타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노래를 끝낸 이미지가 피아노 앞 의자에 앉은 채 박수를 치고 있는 진성호를 내려다보았다.

"미지,미지라고 불러도 괜찮지?"

진성호의 말에 이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노 위에 있는 촛불이 그녀의 미소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나는 앞으로 거부가 될 사람이야.오늘 아침 6시에 좋은 소식만 오면 말이야" 이미지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남녀가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야.질투와 의혹과 배신과 위선이 서로를 죽이게 되지…사랑하는 사이라면 질투와 의혹이 사랑을 죽이게 되어 미워하는 사이가 되고,미워하는 사이면 배신과 위선이 서로의 영혼을 죽이게 되지.결혼은 사랑에서 시작해 미움으로 가게 예정되어 있어.사람마다 그 기간은 다르겠지만 말이야…"진성호는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마셨다.

"나는 자식이 필요해.왠지 알아?"

진성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쪽으로 갔다.

창 밖으로 시선을 보내면서 말을 이어갔다.

"내 인생의 끝이 평범한 종착역이라면 부를 쌓으려고 그렇게 노력할 필요가 없어.자식이 없으면 언젠가 노력을 포기할 것 같아.나한테는 그러한 부의 혜택을 물려줄 자식이 필요해" 진성호가 고개를 돌려 이미지를 바라보았다.

"미지가 내 아이를 낳아줄 수 있겠어?"

이미지의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희미한 촛불이 밝혀주었다.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어.미지와 미지의 가족이 평생 돈 걱정 하지 않도록 해줄게.돈으로 안 되는 세상일은 별로 없어.그러나 돈은 반면에 정말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그건 돈을 가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

진성호는 창가에서 떨어져 소파에 다시 앉았다.

"미지,일어나봐"

진성호가 앉은 채 조용히 말했다.

이미지가 의자에서 일어나 옆에 섰다.

"창 쪽으로 가봐" 진성호의 말에 이미지가 무대의 창 쪽으로 가 창을 뒤로 하고 섰다.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이 그녀의 윤곽을 희미하게 드러냈다.

"옷을 벗어봐.머리를 풀고…"

이미지가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내 아이의 어머니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나체를 내 머릿속에 영원히 기억해두고 싶어…늙어서라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야…" 이미지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