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TV프로그램의 선정·폭력성이 ''정말 이래도 되나'' 싶더니 결국 정부가 손을 보겠다고 나서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청자주권 신장과 청소년 보호, 문화정체성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나온 발표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공중파TV의 시청률경쟁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내닫기 시작했다.

드라마 토크쇼 할것 없이 성을 소재로 한 낯뜨거운 얘기나 상황묘사를 마구 쏟아낸다.

''무조건 벗기고 보자''식에 내용상 필요하지도 않은 폭력장면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사생활 엿보기는 TV의 관음증이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또한 질세라 한술 더 뜬다.

클린턴스캔들, 오양비디오,린다김 사건에 이어 연예인매춘 폭로프로그램에 오면 절정에 달한다.

급기야 사건의 본질과 관련없이 부풀리기 극적반전 힘빼기 마무리 식으로 성관련 보도를 체계화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국방송진흥원이 연초 내놓은 ''TV프로그램에 내재한 선정및 폭력만연도 조사''결과 ''시사매거진 2580''이 선정성 빈도 1위를 차지한 것은 대표적 예다.

뉴스 도중 자체프로그램 홍보를 하면서 호기심을 극대화시킬수 있는 야한 장면만 내보낸다.

방송의 선정및 폭력문제는 외국에서도 쟁점거리다.

프랑스는 96년말 TV프로그램 등급제를 실시,밤10시 이전엔 폭력물을 내보내지 못하도록했고 클린턴대통령은 지난해 폭력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의 방침 또한 ''오죽했으면''싶지만 장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내지 ''장관직을 걸고''라며 칼을 빼든 건 다소 석연치 않다.

장관 발표가 있자마자 공중파 대표들이 모여 자체심의 강화,건전프로그램 개발등을 다짐한 것도 딱하다.

미리미리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더라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해서다.

TV는 세상의 거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영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가치관을 설정했으면 하거니와 차제에 침실과 싸움장면만 문제인가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여성과 소외계층에 대한 왜곡과 비하,부에 대한 맹목적 경외심 조장,신데렐라 만들기로는 부족해 온달족 양산에 열을 올리는 태도는 괜찮은 건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