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 성균관대 교수 / 경영대학원장 >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 사람들의 예의범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왔다.

한국의 예의범절은 섬세한 개개인의 주관적 예의로서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자기 이상으로 생각하는 상대적 예우를 갖춘다는 의미에서 선진국의 동경을 자아낸 바 있다.

그런데 빠른 경제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윤리의 한 표현인 한국의 예의범절은 국제화 사회에서 한국의 특성적 차별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문화 상품으로서 더 발전돼 나간다고 보기보다 그 역사적 본질을 벗어나 자기 과시적이며 과장적 표현으로 변질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도 인식된다.

먼저 정부의 경우를 보면 ''표''를 의식하면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잘 보여지지 않는 부문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급변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기업과 국민 개개인이 미래지향적으로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정책을 수행하려면 일관성있는 원칙과 국민의 기대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빨리 변화할 때에는 멀리 볼 수 있어야 하고,복잡할 경우에는 단순하게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다.

국민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예측할 수 없는 것을 정책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

소수를 위하기보다는 본질적이며 대다수에게 공정하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정책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존경받는 귀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경쟁력이 있는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의 차이에서 주관적으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기업''과 진정한 고객만족 지원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잘 보여지려고 노력하는 기업''과의 차이를 찾아 볼 수 있다.

잘 보여지려고 노력하는 기업은 고객이 선호하고 비중을 두는 가치에 경영전략의 우선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고객만족과 기업 수익성이 연관적으로 균형을 이루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간다.

그러나 단기적인 안목에서 단순히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단기적인 매출 신장에 급급한 나머지 기업은 기업과 제품을 좋은 말,그림,색상, 그리고 기호 등으로 포장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개인의 경우를 보면 오늘날과 같이 개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특히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필요하고 옳고 또 존경받을 일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평가는 창조의 기초이므로 이러한 평가는 새 천년의 지식 기술, 그리고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인이 타인에게 잘 보이려면 잘 보일 수 있도록 의식과 행동을 정립하고 말 생활 직업 등의 부문에서 평가를 전제로 한 존경받을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가지 조건과 세가지 과제가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경쟁사회에서 존경받으려면 남보다 더 뼈아픈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개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또 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잠재력 개발의 첩경이며 힘들어도 힘드는 줄 모르고 불만이 있을 수 없다.

둘째 조건은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으나 각자의 능력 범위 내에서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인기와 같은 유행을 따라가는 행위에선 존경받을 일이 거의 없다.

셋째 조건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지식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옳은 일을 선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방향에서 풀어야 할 방법적 과제로는 첫째,모든 주관적인 선택은 자유로워야 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방종이다.

둘째,능력은 노력의 산물이어야 하며 노력이 따르지 않는 능력은 쇠퇴한다.

셋째,모든 권한은 일과 타인에게 충실함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한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와 사회에 잘 보이려고 한다면 부모도 자식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좋아하고,잘하는 것을 옳게 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시장 및 금융불안 사태도 기업에서 잘 보이려고 노력은 했으나 잘 보여지지 않은데서 기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