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사회의 가장 비중있는 화두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디지털경제''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 무색해지는 것이 ''닷컴''으로 대변되는 디지털경제 특징 중의 하나다.

종전의 아날로그경제에서는 투입량에 비례해 산출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선 그 증가비율이 감소한다.

이에 반해 디지털경제에서는 소규모의 투입만으로도 비산술적 가치 생산이 가능하고 또 투입이 늘어날수록 산출가치를 증폭시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례로 e메일을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그 효용가치가 획기적으로 증폭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경제학의 출발점이 되는 ''희소성의 원칙''이 상당부분 설 자리를 잃게 된 것도 디지털경제가 가져온 특징이다.

유한한 자원의 적절한 배분과 효과적인 활용이 경제학이 추구하는 주요한 지향 중 하나다.

따라서 디지털경제의 핵심자원인 정보와 지식은 기존의 상품과 달리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그 가치가 증가한다.

동시에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추가적으로 만들어내는 ''풍요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경제의 또 다른 특징은 네트워킹이다.

아날로그경제에서는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배타적으로 작용하지만 네트워크사회에서는 자신의 노력 뿐만 아니라 인터커넥션(Interconnection)을 통한 상호 협조와 상승작용에 의해 그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요즘 우리사회는 IMF충격 이후 다시한번 적잖은 집단적 혼돈에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IMF상황이 경제적 충격을 안겨줬다면,이번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겪는 혼돈은 의식상의 혼란이다.

양자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를 어느 정도 부인하고 새롭게 주어진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혼돈과 고통이다.

개발연대를 지나며 때로는 뿌듯한 자부와 자랑으로,그리고 애국의 길로 여겨왔던 압축성장과정이 송두리째 부인되는 IMF상황을 맞았을 때 우리는 자성(自省) 이전에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있는 지금,우리는 해방이후 지난 50여년간 양 극단의 이분법 논리와 적대적 이념교육에 길들여져온 생각과 가치관을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카오스 상태에 휩싸이게 된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극심한 변화와 혼돈의 시대라고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만큼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충격과 혼돈을 겪고 있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돈이 우리 내부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경제와 주변국과의 관계''라는 큰 틀 속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점에서 그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혼돈의 극복 해법 또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속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수확 체감의 법칙''과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는 아날로그경제사회에서는 대립과 반목이 ''제로섬 경쟁''이란 틀속에서 정당화되고 오히려 장려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디지털사회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상생(相生)과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이익의 증진,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해 이뤄가는 플러스섬의 지혜는 우리가 겪는 혼돈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또 단선적 사고보다 혼돈 속에서 창의를 발휘하고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하는 ''디지털사고''야말로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이에 대처해가는 디지털시대의 생존법도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새로운 조류에 대한,디지털경제에 대한 적응 속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며 민첩하다고 평가받는 우리에게 당면한 혼돈과 혼란은 결코 넘어서지 못할 산이 아니다.

이는 불과 2년이란 단기간에 IMF충격을 ''해묵은 혼돈''으로 치부해 버릴 정도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남북통일이 희망과 기대의 범주에서 현실의 영역이 돼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화두,디지털경제가 남북화해시대 인식의 혼돈을 극복하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