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New Economy)''란 용어는 90년대 10년 동안 장기호황을 누리면서 인플레의 부작용을 겪지 않은 미국의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지기 시작했다.

신경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생산성향상 파급효과가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면서 생산원가는 낮아지고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신경제 개념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정보통신 기술요소가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중심개념으로 등장한다는데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중 경제현상에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 영향을 준 현상으로는 ''융합화(Convergence)'' 현상을 들 수 있다.

협의의 융합화는 아날로그가 디지털 기술로 전환된 것을 뜻한다.

아날로그란 라디오 주파수, 종이, 음성 등을 의미한다.

디지털이라 함은 컴퓨터 처리의 근간이 되는 온/오프(On/Off) 비트(bit) 사용을 의미한다.

광의의 융합화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됨에 따라 컴퓨터 통신 콘텐츠 및 전자산업이 통합되는 산업구조의 통합화를 말한다.

최근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해 세계정보 통신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는 2천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인터넷업체와 시사잡지(타임) 방송(CNN) 영화(워너브라더스), 그리고 음반 등 타임워너의 콘텐츠가 상호 ''융합''한 현상의 한 예다.

산업구조의 융합화 현상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지털 가치사슬 체계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디지털 가치사슬에 참여, 화폐 상품 서비스 및 정보를 전자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자기업(eEnterprise)의 수는 전세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혁명,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자상거래와 함께 전개되는 신경제체제는 과거 경제환경에 비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기존의 모든 한국 기업들은 신경제체제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수직계열화가 해체현상을 맞는다.

고객의 최종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여를 하는 모든 중간가치 생산자들-시장조사 수송 생산 유통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업체들-은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 ''가상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앞으로 특정부문의 ''최상''업체들이 가상적으로 연합, 기존의 수직계열화된 기업의 약점을 공략해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둘째 무형자산이 주된 자산가치가 된다.

실물자산 가치는 덜 중요해지거나 오히려 부채가 된다.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이었던 토지 건물 장비 등은 브랜드 기술혁신능력 고객관계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들에 압도되고 경쟁우위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실물자산이 원가압력을 가중시키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셋째 특화된 분야별로 한 두개의 성공기업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펼쳐진다.

넷째 수요자와 공급자는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는다.

다섯째 하나의 기업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신경제체제 아래에서는 브랜드의 신뢰도가 입증되면 순식간에 가상채널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게 된다.

IMF 체제 위기를 어렵게 넘긴 한국의 경영자들은 또다시 정보통신 기술혁명으로 새롭게 구축되는 신경제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종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영비전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신경제체제는 정보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때문에 정보기술 네트워크, 그리고 인터넷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과 기업가는 경쟁대열에서 살아남을 가망이 없다.

최고경영자는 신경제체제가 움직이는 특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나아가 기업내부의 구성원들과 경영시스템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몇가지 물음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범세계적 시장석권의 큰 비전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기업모델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준비에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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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경영학과
△세계은행 컨설턴트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