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가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창업지원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것이 확정되면 교수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임원 겸직때 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수들의 벤처기업 활동을 총 근무시간의 20%내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서울대의 이번 규정안은 다른 대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벤처에 대해 상반된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학벤처의 긍정론은 연구결과의 실용화를 촉진하고 산학협동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정론은 서울대가 지적했듯이 연구 및 교육활동의 위축이라든가 기초연구의 소홀을 지적해 왔다.

양쪽 모두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전자의 경우를 보자.우리의 국가혁신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의 하나가 산학협동이 안된다는데 있음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의 평가이기도 하지만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국제기관들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늘 지적하는 우리의 고질적인 부분이다.

요지는 연구개발투자에 비해 혁신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정부에서 산학협동을 유도하기 위해 인력교류나 창업지원을 위해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추진해 온 것이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별 효과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 대학의 경우 경쟁력이 취약함에도 규제완화에는 인색했다.

여기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은 것이 바로 한동안의 짧은 벤처붐이었다.

이로 인해서 동기가 촉발되자 대학도 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대학벤처에 대한 긍정론의 사유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당위론적인 사유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다음으로 후자의 부정론을 보자.대학벤처로 인해 교육과 연구가 훼손된다면 이는 분명 부정적인 사유임에 틀림없다.

벤처가 응용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인력을 비롯하여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등과 관련해 대학은 매우 중요한 공급원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교육문제를 보자.작금의 대학벤처로 인해 교육이 훼손된다는 것은 다소 억지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대학벤처로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우리 교육시스템이 갖고 있는 오랜 구조적 문제로 병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다음으로 연구능력 훼손 주장을 보자.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능력이라는 것이 한 두군데를 제외하곤 국제적으로 내놓을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대학벤처 이전에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 대학들의 연구능력이 특별히 높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보면,대학벤처로 인해 연구능력이 훼손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뿐만아니라 우리 대학 스스로 주장하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설사 우리 대학의 연구능력이 대단하고 또 축적된 연구자산이 많다고 가정해 보자.그렇다 해도 혁신이론으로서나 국제적 추세로 보아 기초가 응용으로,응용이 개발로,개발이 창업으로 자연스레 흘러간다는 선형이론은 이미 깨졌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선형이론이 수요견인,상호학습,네트워크,체인이론 등으로 대체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다.

미국이 1980년대에 들어와 "베이 돌 법(Bayh-Dole Act)"을 통해 대학의 연구자산 실용화를 유도했던 것은 이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후 대학의 연구능력이 저하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실용화 동기는 거꾸로 연구의 커다란 자극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연구자와 대학의 수입은 그만큼 기초적이고 모험적인 연구 분야라든지 교육에 대한 투자여력을 확대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대학벤처가 일시적으로 대학의 기존질서에 파행을 불러오는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그렇게 염려한다면 교수들이 굳이 창업을 선택하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 충실하면서도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메카니즘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규제보다는 대학교수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주자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미국의 대학처럼 라이선싱사무소를 설치하고 교수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발명 등 특허 로열티 배분방식을 정립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데다 총장의 승인절차를 도입한다는 것도 다소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다.

/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