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이미지의 코에서는 눅눅한 암내가 풍겨나왔다.

여자의 성적흥분은 여자 특유의 무절제함이나 솔직함으로 보여지는데,이미지의 경우 솔직함으로 비쳐졌고 그 솔직함은 여느 여자에게는 찾기 힘든 미덕이었다.

진성호의 손이 팬티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혼미한 상태에서 갑자기 벗어난 듯 그에게서 떨어졌다.

이미지는 고개를 숙인 채 드레스를 추스렸다.

진성호가 그녀 옆으로 다가앉자 그녀가 그에게서 시선을 멀리하며 얼른 일어났다.

그녀는 무슨 큰 수치스러운 짓을 한 여자처럼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떴다.

욕망에 사로잡혔던 여자가 요조숙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러한 변신은 남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남자에게 달콤한 우월감을 준다는 사실을 진성호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진성호는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혼자가 된 진성호는 유리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한산한 대로를 질주하는 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나라의 도시나 마찬가지로,서울도 각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무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진성호는 생각했다.

지금 이 시각 서울은 누구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지 궁금했다.

지금쯤이면 뭐니뭐니해도 서울은 취객들이 지배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았다.

한껏 화려하게 장식된 고급 살롱에서 젊은 여인의 넓적다리를 만지고 있는 졸부건,선술집에서 울분을 토하고 있는 젊은이건,포장마차에서 닭똥집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막노동자건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들 모두는 누가 뭐라 하든 그 시간대에 서울을 지배하는 자들임에 틀림없다고 진성호는 결론지었다.

"더 계실 겁니까?"

진성호는 상념에서 깨어나 소리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웨이터가 그 옆에 서 있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요.술은 저희가 보관해드리겠습니다"

식탁에 있는 술병을 눈으로 가리키며 웨이터가 공손하게 말했다.

"마담 좀 보자고 해요"

진성호가 말했다.

"집에 일이 있어서 좀 일찍 퇴근하셨습니다.잘 모시라는 부탁이 있으셨습니다"

"오늘 저녁 나는 갈 데가 없어요.호텔방에 가기는 죽어도 싫고요.
감옥처럼 느껴져서요…"

"…"

"먼저 퇴근하고 클럽 문 열쇠는 나한테 맡기고 갈 수 없나요? 이 술을 새벽까지 천천히 다 마시고 문은 잘 잠그고 갈게요"

"제가 같이 있지요,뭐"

"아니에요,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마담 전화번호를 가르쳐줘요.
내가 전화해서 허락을 얻을게요"

"아닙니다.제가 전화해보지요"

웨이터가 난처해하며 자리를 떴다.

진성호는 지금쯤 황무석이 어떻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칵테일을 만들어 마셨다.

이미지가 그에게 다가왔다.

"마담언니가 저하고 같이 있으래요"

이미지가 클럽열쇠를 내보이며 그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