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보고 받은 것과 좀 달라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위법행위를 한 거나 마찬가지가 됐습니다"

지난 26일 오후3시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운수성 5층 기자회견실.

미쓰비시자동차의 가와소에 가쓰히코 사장은 "최고경영자가 그 것도 몰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며 잘못을 인정했다.

회견을 지켜보던 운수성 공무원의 입에선 우유 식중독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키지루시유업을 빼다 박았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가와소에 사장은 최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자동차리콜의 내부은폐및 조작사실에 대해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운수성을 찾았다.

그리고는 9건,총 53만대에 달한 리콜건수를 새로 털어놓았다.

리콜원인 중에는 엔진정지 연료누출등 자동차의 안전과 직결된 불량사례도 포함돼 있었다.

회견을 지켜본 일본언론들은 분노와 실망의 빛을 감추지 않았다.

신문들은 ''배반의 핸들''이라는 극단적 타이틀까지 써가며 미쓰비시의 잘못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회견에 앞서 가와소에 사장은 운수상을 만나 안전운행을 위협하는 제품불량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본언론이 아닌 제3자의 시각에서도 미쓰비시의 이번 케이스는 지난달 유키지루시유업의 경우와 사고원인및 처리과정이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유키지루시는 부실한 위생관리와 제조공정상의 부주의로 초대형 집단식중독사고를 일으켰지만 그 후유증을 대수롭지않게 여기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이 회사 사장의 첫마디도 "내부보고를 정확히 받지 못해 잘 몰랐다"는 변명이었다.

애써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쫓겨나고 씽씽 돌아가던 공장도 멈추고서야 충격은 가라앉았지만 비극의 출발점은 ''은폐''와 ''조작'' 그리고 자만에 빠진 ''고객경시''에 있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이 이같은 사고에 잇달아 휘말린 원인을 해이해진 근로의식과 기업윤리,그리고 도덕불감증에서 찾고 있다.

정직과 신뢰를 목숨처럼 중시했다는 오사카상인의 혼을 이어 받은 일본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