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는 추이를 보노라면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미국의 기업과 근로자들이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혜택을 더 많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물론 서유럽과 일본도 IT혁명의 수혜자들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IT혁명의 활용면에서는 미국에 훨씬 뒤처져 있다.

이는 유럽지역과 일본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탓에 노동비용이 더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높은 수익이 가능한 것은 주로 단위당 노동비용을 절감할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비용이 내려가고 노동시장이 탄력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미국의 실업률도 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반갑지 않은 부산물이 있다.

많은 근로자들이 극명히 느끼고 있는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다.

수십년 동안 탄탄한 노동시장이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안이 존재하는 이유는 근로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직업기술이 빠른 속도로 녹슬어간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급속히 발전하는 신기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의 중요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선배들이 출신학교를 방문하면 환영하고 받들던 풍습은 이제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학교 졸업장과 같은 자격증들은 더이상 직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오늘날 졸업장을 손에 쥔 사회 초년생들은 평생동안 보다 많은 직업을 갖고 넓은 범위의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고자 한다.

그들은 부모와 조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신들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근로자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적 노하우로만은 버텨나갈 수 없다.

정보를 창출하고 분석하고 변형할 수 있는 능력,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배움은 앞으로 점점 더 평생동안 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첨단기술의 발달은 자본과 사람 양쪽 모두에게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 20세기초 근로자들은 고도의 인지능력,즉 매뉴얼이나 청사진을 이해·해석하는 능력을 고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의 교육시스템은 이러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1920년과 30년대 고등학교 진학률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농촌지역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와 당시 고성장을 하고 있던 제조업 분야의 일꾼으로 성장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장이 주는 의미는 기업에 들어가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기초교육을 마쳤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나오는 데 대한 수입이 정비례로 증가함에 따라 고등학교 진학률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진보하고 발전했다.

19세기 후반에는 농업과 광업 분야에서의 과학적인 새로운 생산방식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20세기에는 교과과정을 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시켰다.

대학들도 응용과학을 철강이나 고무 제약 석유 산업 등 각 분야에 접목시키는 데 힘을 썼다.

지역경제들은 이렇게 질높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들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미국 고등교육은 연구(지식의 창조)와 교육, 훈련(지식의 확산)이 서로를 보완한다는 점을 깨달음으로써 지금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 의장이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전국 주지사들에게 행한 연설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