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웅 < 법무법인 우방 고문변호사 kwchoe@yoonpartners.com >


얼핏 생각하면 담배소송은 좀 황당한 느낌이 든다.

술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나쁘다는 담배를 많이 피우다 아프다고 하니 옛날 같으면 야단이나 맞을 일이다.

세상도 많이 변해서 법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소비자보호에 더욱 치중하게 됐다.

얼마전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담배회사에 대해서 1천4백50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1백60조원)나 되는 사상 최고 액수의 손해배상 평결을 했다.

담배회사의 순자산이 1백50억달러라고 하니 회사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배상금액은 배심원의 평결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담배소송이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왜 이와 같이 고액의 배상금을 인정하는 것일까.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재판제도가 다르다.

때문에 무엇이 불법행위인지 또 그 손해를 인정하는 액수나 방법이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원래 손해배상이란 피해 금액을 갚아주는 것인데 미국에선 불법행위를 징벌하고 예방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다.

담배소송에서의 고액 평결도 담배회사가 치명적인 상품을 생산하면서 위험을 속인데 대한 징벌이라는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던 할머니가 뜨거운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었다.

1년의 커피 판매량이 몇억잔이나 되는데 화상을 입은 사람은 불과 수십명이라는 피고의 항변에 오히려 맥도날드의 이틀치 커피판매 수익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평결이 내려졌다.

그 액수가 무려 2백90만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30억원이 넘는다.

물론 이 경우에도 1심 판사의 최종 판결은 64만달러로 줄었고 항소심에서 서로 지급액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화해해 정확한 배상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조물 책임소송과 같이 발달된 법이론과 배심원들의 관대한 평결에 따른 고액배상으로 미국은 국제소송의 천국으로 불린다.

실제로 비행기사고 같은 대형사고의 대부분은 미국 법정을 이용하고 있다.

괌에서의 비행기 추락사고도 미국변호사들은 미국법정에서 10배 이상의 고액배상을 장담하며 한국의 유족들을 유인했다.

국경의 장벽이 없어진 지구촌 시대에 우리의 일상 생활은 세계적 규모로 확대됐다.

제품피해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피해자는 어느 나라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유리한지 고려하게 된다.

모름지기 사업을 하는 사람은 미국법정에서 소송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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