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얼마전 경기고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도로표지판을 바꾸고 있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고안하여 지난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국어로마자표기법"에 따라 Kyonggi H School이 Gyeonggi H School로 바뀌어 영어식으로 읽으면 "키옹기/ 기(반달표무시)"가 "가이옹기/계옹기(유성음을 넣으면 "그-아이옹기/그-예옹기")/자이옹기/졔옹기"로 헷갈린다.

반달표를 무시해도 옛날방식이 실제음에 가깝다.

옛날 영국친구가 모음이 6개인 Yeoeuido를 보고 "아이오에우이도""예오이우이도"하다가 못 읽은 일이 생각난다.

새 표기법은 5년간의 연구와 공청회를 거쳐 "로마자표기가 영어표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 한국어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게"만들었다고 한다.

"종래의 표기법은 반달표와 어깻점이라는 특수부호 때문에 한국사람은 물론 외국사람도 이해가 어려웠고 컴퓨터 표기도 불가능하고 정보검색도 어려워 편리하게 로마자로 옮기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공청회에서 많은 학자들이 반대했고 외국인들은 모두가 종래의 MR방식(McCune-Reischauer한글로마자표기법)이 좋다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새 표기법이 발표된 후 외국인들은 "외국의 한국학자는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불편하다""한글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한글이다""웃기는,난폭한,비참한 일이다""숨겨진 국수주의다"라고 극도로 비판하면서 "외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MR방식은 서울서 태어나 연희전문의 최현배 선생 밑에서 한글을 공부한 맥큔(George McCune)과,도쿄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의 역사와 언어를 공부하고 유명한 "동양문화사"를 지은 라이샤워(Edwin O.Reischauer)-일본대사도 역임-가 1937년에 서울에서 공동으로 연구하고 고안해 널리 사용되다가 1948년 처음 정부에서 채택한 후 지금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브리태니카 애트라스"에는 Soul로 표기하고 우리가 고집하고 있는 Seoul은 조그맣게 병기하고 있다.

"1988서울올림픽"을 발표할 때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세올"하던 것이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가 아무리 "Seoul"로 적고 "서울"이라 해도 외국사람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에서 어깻점은 표준자판에 있고 반달글자 은 영어.라틴어문자표에 있다.

인터넷에서는 어깻점과 반달표를 안 쓰면 그 방식대로 정보검색이 가능한데 외국인들이 새 표기법을 따라 오지 않으면 진짜로 정보검색이 불가능해 진다.

고창과 거창,정주와 청주의 표기문제는 Washington,DC같이 주 이름을 붙이는 미국방식으로 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지구가 연결된 "디지털시대"는 소비자가 생산에도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시대"라고 한다.

잘 나가던 애플의"매킨토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에 완전히 밀리고 만 것은 소비자와 보편성을 무시하고 폐쇄적인 경영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영어를 공용어로 결정했다.

21세기는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업만이 살 수 있다.

방대한 항공.해운사의 운항스케줄들은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이며 우리가 Gimpo Busan으로 찍을 때 외국의 컴퓨터가 Kimpo Pusan으로 링크되는 소프트웨어는 언제 어떻게 만들려는지?

수출입거래와 인터넷의 혼란과 사회비용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한글 창제 5백년에 아직 Goryeo는 Korea이고 Gim씨는 Kim씨다.

곧 완성될 인천공항과 부산.광양항구를 축으로 반경 1천2백km에 7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의 물류센터가 되고 금강산.남해안의 관광벨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영어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새 로마자표기법은 영어표기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니 새 표기법은 로마사람들에게 주고 영어표기법은 새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지금 우리는 "철저하게 한국인 중심의 주체성을 목표로""어디까지나 한국어의 표준발음과 언어정서에 맞게""한국인이 편리한" 신판 "척화비를 세울 때가 아니다.

그 옛날 우리가 세운 척화비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과거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