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중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됐다는 무역협회의 분석은 결코 새삼스런 일 아니다.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이후 30년 넘게 대두돼 온 현안인데다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도 수없이 많은 논의를 거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무역협회가 분석한 "금년 상반기 대일무역수지"동향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대일적자문제를 새롭게 인식하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외환위기이후 개선됐던 대일무역적자가 최근들어 급속히 과거 패턴으로 회귀하는게 과연 불가피한 일인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대일무역적자는 61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98년의 연간 적자 46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고,지난해 연간적자 82억달러의 74%를 차지하는 규모다.

물론 IMF직후인 98년과 99년은 경기위축 등으로 일본과의 교역규모가 크게 축소됐던 점을 감안하면 적자금액의 절대수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수도 있지만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아닐수 없다.

일본과의 전체교역규모에 비교한 무역적자비율도 98년의 15.9%에서 99년 20.5%,금년 상반기에는 23.7%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어 금세 옛날로 회귀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사실 대일무역역조의 근본원인은 자본재 및 소재부품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우리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 보일수록,수출이 늘어나면 늘어 날수록,대일수입이 증가해 무역역조가 심화된다는데 있다.

따라서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산업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자본재 및 소재부품산업의 육성에 두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정상을 되찾아가려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대일역조가 과거로 회귀하는 패턴을 보인 것은 그동안의 정책이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자본재 및 부품산업 육성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대일무역역조 문제를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관련시켜 새로운 시각에서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일본의 자본재 및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직적 분업구조를 그대로 둔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대일역조가 더욱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의 대한(對韓)직접투자가 늘어 그같은 문제를 어느정도 완화시킬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일본기업의 하청생산기지로 전락하는 또다른 위험은 없는지도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