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퇴직금누진제 폐지 유도에도 불구하고 산업연구원 등 31개 공공기관이 아직도 누진제를 계속 적용하고 있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기획예산처는 이들 기관에 대해 퇴직금제도를 개선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 이상의 불이익 조치를 내년예산편성에 반영하는 한편 신규사업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퇴직금제도를 정부가 일률적으로 이렇게 하라,저렇게 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기관의 업무성격이나 임금체계 등과 관련해 판단해 볼 문제인데다 형식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노사협의에 의해 결정돼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 기관별로 퇴직금 제도 변경에 따른 등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을수 있고,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연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제도개선 미이행을 잘못으로 내모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 면도 없지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동일한 여건하에서도 대다수의 공공기관이 정부 방침을 수용해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고 연간 일정금액의 퇴직금산정액에 근무연수를 단순히 곱해 산출하는 단수제로 바꿨다는 사실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98년말 퇴직금제도 개선을 지시한 이래 현재까지 중점관리대상인 2백15개 공공기관 가운데 86%인 1백84개 기관이 퇴직금제도를 개선하고 31개기관은 했다고 기획예산처가 발표했다.

우리가 퇴직금제도를 바꾸지않은 기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정책에 순응한 기관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노사 양측이 퇴직금제도에 대한 협의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기관이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결과를 인정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비춰보더라도 쉽게 납득할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동안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퇴직금누진이 민간기업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고,또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제도 등 사회보험제도의 확충과 연계시켜 퇴직금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퇴직금제도 개선에 공공기관이 앞장서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과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기획예산처가 아직 정부방침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힌 기관 가운데는 순수민간기구들도 적지않은 것같다.

물론 정부업무를 위탁받아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포함됐다는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본질적으로 순수 민간기관이라고 한다면 정부방침이 옳은 방향이라 하더라도 강제성을 띄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재고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