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회사가 강제퇴출을 면하기 위해 벌인 이른바 "꺾기증자"에 참여했던 기업에 대해 "꺾기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빌린 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6부는 24일 대한종합금융으로부터 3백억원을 빌려 이 회사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했던 부영이 대한종금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통일그룹을 비롯 운송업체 S사, 건설사인 P사 등 대한종금의 편법증자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낸 소송중 처음으로 내려진 것이다.

특히 대한종금의 꺾기증자에 참여했다가 부채만 고스란히 떠안을 위기에 처한 곳이 20여개에 2천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대해 예금을 대지급하기 위해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대한종금에 투입한 예금보험공사측은 "금융회사가 망하면 자본금은 한푼도 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자에 참여한 기업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종금이 원고에게 대출을 해주며 영업정지처분을 받으면 주식을 되사주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측은 이 약정이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주식재매수 약정이 없었다면 원고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인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종금은 지난 97년 12월 유동성부족으로 금감위로부터 영업정지처분을 받자 이듬해 2월 3천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BIS비율을 높이겠다는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이 증자참여를 꺼리자 "문제가 생기면 대출금과 출자금을 상계처리해주겠다"는 이면각서를 써주고 20여개 기업들에 2천억원 이상을 대출, 증자에 참여토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한종금이 영업정지처분을 받고 같은해 10월 파산하자 증자참여 기업들은 이면약정대로 상계처리를 요구했지만 예보측은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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