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도 종류가 있다.

대로(大路)가 있는가 하면 새소리 들리는 호젓한 오솔길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답(未踏)의 길도 있다.

이완근(59) 신성이엔지 사장은 힘들어도 새로운 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생산제품은 반도체장비.

국산화가 가장 뒤처진 분야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장비국산화율은 20%도 안된다.

반도체소자 수출이 늘수록 당연히 장비수입도 증가한다.

미크론과 ppm을 따지는 초정밀 제품이어서 개발이 쉽지 않다.

이 사장은 이 분야에 투신해 하나씩 국산화하고 있다.

첫번째가 반도체용 클린룸설비.

입방피트당 수억개에 달하는 먼지를 10개 이하로 줄이는 장비다.

경원세기에서 일하다 독립해 공조기기 사업을 하던 그는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아 이를 만들어냈다.

석.박사급 우수인력을 모으고 트로이목마처럼 일본업체에 어렵사리 잠입해 공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클린룸 핵심설비로 외부공기를 걸러주는 팬필터 유닛(FFU)은 세계 최대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웨이퍼 자동창고장치인 스토커시스템(stocker system)도 국산화했다.

웨이퍼의 저장이나 이동시 초(超)청정상태로 유지하는 설비다.

웨이퍼소터(wafer sorter)와 스미프(SMIF)시스템도 개발했다.

이중 일부는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맺었지만 어쨌건 국내에서 대부분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그는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과 함께 벤처기업인 1세대.

동시에 제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아직도 국산화해야 할 소재나 부품이 너무 많습니다. 이를 개발하지 않고 무역수지 흑자기조 정착이나 대일무역 역조개선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그는 제조업의 튼튼한 뿌리 위에 벤처기업과 인터넷산업이 줄기를 뻗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갑을 바라보지만 젊은 벤처기업인보다 더욱 뜨거운 도전정신을 가진 이 사장.

그는 젊은이들이 좁고 험한 길에 도전하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한국이 진정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