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의 신용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기아 대우사태에 이어 최근의 새한사태에 이르기까지 일부 신용평가기관들은 부도가 나기 직전까지도 투자적격을 유지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A등급이 BBB 등급보다 부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전혀 신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신용평가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평가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평가대상 기업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도록 돼 있는 점도 그렇고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부족도 문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용평가기관의 지배구조가 경쟁을 제한하고 있고,관련제도가 신용평가기관간 차별화가 일어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데 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가 문제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기관이 모두 금융기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정보는 시중은행,한국기업평가는 산업은행,한국신용평가는 제2금융권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특정 신용평가기관의 주주인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기업은 당해 신용평가기관에 신용평가를 의뢰할 수밖에 없고,의뢰를 받은 신용평가기관은 그 금융기관의 입맛에 맞게 신용평가를 할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기업평가 지분의 90%를 특정은행이 소유해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성이 의문시돼 그 은행의 지분을 10%이하로 낮추도록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와함께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나 금융기관이 위험가중치를 따질 때 2이상의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받도록 돼 있으나 그 신용평가기관이 누군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로서는 신용등급을 후하게 주는 신용평가기관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고,회사명이 공개되지 않는 신용평가기관으로서도 후한 등급을 주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금융기관에 의한 신용평가기관 지배는 청산돼야 마땅하다고 보며 신용평가 담당 회사명을 공개해 시장에서 신용평가기관간 차별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회계법인과 더불어 신용평가기관은 금융시장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하부구조다.

회계기관이 제대로 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신용평가기관이 엄격히 신용등급을 평가해 줘야 금융시장의 원활한 작동이 가능하다.

고장난 금융시장 하부구조를 고치지 않고 시장경제가 작동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연목구어에 다름 아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