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이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오키나와에서 개최됐다.

중동평화 NMD 한반도 문제 등 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입장조율이라든지 뉴라운드를 조속한 시일내에 재개한다는 합의를 제외하면,산업측면에서는 IT(정보기술),BT(생명기술),ET(환경기술)등 소위 "3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G8 정상선언문과는 별도로 전기통신분야 등의 자유화와 개도국 지원 등을 담은 "IT헌장"이 채택됐다.

일본이 이번 G8회담을 "IT-Summit"으로 불러달라고 했다지만,IT의 잠재력과 경제적 역할에 대해 G8 국가들이 인식을 같이 했고,"IT가 세계경제 성장의 핵심엔진"임을 인정했다.

그동안 일본과 유럽연합의 경우 미국의 "IT주도 신경제"에 대해 경계와 질시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일각에서는 "거품논쟁"이라든지 "IT환상론"이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G8정상들의 평가는 IT발전에 매우 긍정적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서의 경쟁과 기술혁신 촉진 그리고 규제완화의 강조도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담 직전 미국과 일본이 NTT 접속료 인하 합의가 말해 주듯이 이 부분은 미국이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과세 문제,소비자 보호문제,하이테크 범죄 방지 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세부적 검토사항으로 넘겼다.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제도를 조화시킨다"는 내용도 주목된다.

이것은 일본과 유럽정상들이 강력히 주장했다.

이미 미국이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가운데 이들은 특허제도의 조화(특허지침 및 특허인정기간 등)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디지털 격차해소"합의는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G8 국가들이 주도해서 작업반을 만들고 국제기관,산업계,비정부조직(NGO)과 연대해 개도국의 정보기반 정비와 인력 육성을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시장확대 전략도 동시에 숨겨져 있다.

미국이 "경쟁,규제완화,시장 자유원칙"을,유럽연합이 "아프리카 지원"을,일본이 "ODA 등을 통한 동남아시아 지원"은 이런 점에서 유의할 대목이다.

다음은 BT분야인데 안정성 문제가 걸려 있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의 경우 OECD 등에서 룰(rule)을 작성하자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것은 합의가 아니라 뒤로 미룬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유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무해하다"는 입장이고,유럽연합은 "무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유해하다"는 입장이므로 처음부터 합의는 어려웠다.

특히 미국의 고어와 부시 두 대통령 후보 모두 GMO에 대해서는 유럽연합과 일본의 시장개방을 적극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은 기존의 접근을 고집했다.

영국 등이 미국의 입장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프랑스가 강력히 제동을 걸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간게놈연구에 관련해선,유전자정보 해독이 최종단계에 왔다고 보고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는 소위 포스트게놈연구를 "국제적으로"추진하자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인간게놈프로젝트"처럼 국제적인 공동프로젝트 형식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포스트게놈연구는 "경쟁전 단계(pre-competitive stage)"가 아닌 "실용화 및 상품화 경쟁단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명분야 연구개발 및 응용촉진과 관련,"유전자에 관한 발명"에 대해 지적재산권의 적절한 보호와 "국제적 조화"가 필요하다는데 합의한 것도 주목된다.

유전자분야 특허는 사실상 미국의 독주가 예상돼 왔기 때문에 일본과 유럽연합 등이 이 부분을 강력히 주장했다.

여기서 "국제적 조화"란 지난번 도쿄에서 열린 미국 일본 유럽연합의 특허당국간 실무회의 합의와 관련이 있다.

즉 염기의 배열만으로는 특허로 인정하지 않고 유전자를 특정지워 기능을 분명히 밝혀야 특허로 인정한다는 상호간 공동지침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ET 분야에서는 태양열과 풍력을 활용한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G8 국가간 작업그룹을 만들자는데 합의했다.

"리오+10(2002년)"을 향한 아젠다를 준비한다는데도 합의했다.

기본적으로 쿄토의정서의 발효를 위한 노력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강력한 입김이 담겼다.

미국의 경우 이 문제는 민주당 후보인 고어와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국의 시장확대 전략이 동시에 내재돼 있다.

고어는 지금 대선 공약에서 쿄토의정서를 강조하면서 재생에너지와 환경보전분야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증대를 들고 나왔다.

이러한 노력은 대기오염과 에너지 비용의 감소뿐 아니라 차세대 환경기술과 에너지기술 시장의 비약적 확대를 가져 올 것이라고 했다.

고어는 지금 이렇게 확대된 환경 및 에너지 시장은 바로 미국이 장악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