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금보장한도 축소(1인당 2천만원) 등 금융시장의 대변화를 앞두고 부실한 중소금융회사의 대주주들이 금융업을 서둘러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실한 금융회사는 회생 자체가 더욱 어려워지는데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크게 물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상장기업인 대한방직이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을 포기한데 이어 역시 상장기업인 조선내화가 광주상호신용금고에서 손을 뗄 움직임이다.

영남학원(영남종금) 석파학원(부산 현대금고) 등 학교법인들과 대한화재(인천 부흥금고)도 계열 금융회사 살리기를 포기했다.

아직 정상영업 중인데도 대주주가 미리 매물로 내놓은 금고가 4~5곳에 이른다.

대한방직은 유보율이 2천2백%에 달하지만 몇년째 적자여서 부실자산이 많은 한스종금을 스위스컨소시엄에 단돈 10달러를 받고 넘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스종금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 4%로 영업정지된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가 손절매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이 1백21%로 우량기업인 조선내화도 자회사인 대한세라믹스와 함께 공동출자한 광주금고의 추가 증자를 포기한 상태다.

대한화재는 대주주가 출자한 부흥금고의 증자참여를 검토했으나 금감원이 동반부실화를 우려해 제동을 걸어 포기하게 됐다.

동주여상의 재단인 석파학원은 사립학교법상 출자가 제한돼 현대금고에서 손을 뗐다.

중앙종금의 대주주인 동국산업은 중앙종금 정상화를 위한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예금보호 축소를 의식해 대주주들이 영업권 프리미엄도 없이 금융회사를 매각하려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