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옷을 살 때는 브랜드보다는 라벨 모양과 색에 주의해야 한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어떤 형태의 라벨이 달렸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 브랜드내에서 소재와 디자인, 품질 등이 한단계 더 높은 제품을 만들고 여기에 색깔이 다른 라벨을 붙여 비싼 값에 파는 "라벨 이원화 전략"이 패션 마케팅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복 모리스커밍홈을 예로 들면 한 매장안에 기존 라벨과 블루라벨이 공존하는데 블루라벨 상품이 더 고급스럽고 가격도 30% 이상 비싸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봄 한섬 등 일부 업체에서 시작된 라벨 프리미엄 전략이 이제는 일반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가을시즌에도 풍연의 쥴리앙 등 5~6개 브랜드가 새로운 라벨을 선보일 예정이다.


<> 라벨 업(Label up) 브랜드

같은 이름 아래 라벨을 세분화해 제품과 고객을 분리하는 전략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브랜드들로부터 시작됐다.

최고가의 디자이너 라인에는 블랙 라벨을 붙이고 이보다 대중적인 옷에는 화이트 라벨을 부착해 판매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고급 옷에 레드 라벨을 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한섬의 타임이 타임컬렉션을 개발, 기존 타임포스트모던 제품과 차별화했고 오브제는 디자이너적인 색채를 더욱 가미해 아뜨리에 오브제를 만들었다.

쏠레지아는 골드라벨을, 아이잗바바는 블랙 라벨을 팔고 있다.

랄프로렌도 이번 가을부터 블랙라벨 제품을 도입할 예정이며 쁘렝땅과 보티첼리도 각각 블랙 라벨과 보티첼리 쿠틔르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를 노린다.

보티첼리쿠틔르와 랄프로렌을 제외한 모든 브랜드가 같은 매장에서 두가지 종류를 함께 판매중이다.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30~40% 정도 비싸다.

"비싼 만큼 기존 라인보다 디자인은 물론 소재와 봉제, 끝마무리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는게 업체측의 주장이다.


<> 라벨 이원화 효과

전문가들은 패션업체들의 프리미엄 라벨 개발 바람의 원인을 소비패턴 양극화에서 찾는다.

백화점들도 고급화를 지향하고 고가 해외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장상황에서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 고급 고객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상품전략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신신물산의 김규철 상무는 "작년 가을 쏠레지아 골드라벨 판매를 시작한 이후 매장 분위기가 훨씬 고급화되고 브랜드 이미지 또한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품라인 투입으로 매장에 참신한 분위기를 불어넣었고 상류층 고객 흡수에도 성공했다는 얘기다.

다른 브랜드의 영업담당자들도 라벨 업 전략에 긍정적이다.

별도의 홍보비 부담없이 신규브랜드 런칭 효과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입을 모았다.

<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