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는 불꺼진 욕실에서,침실에서 욕실 쪽으로 오려다가 머뭇거리고 있을 스포츠 커트를 한 술집 기도인 청년을 상상했다.

"나를 위해 한 가지만 해주면 그 돈은 당신 거야.그 한 가지란 어떤 자를 혼내주는 일이야.죽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야"

진성호는 그렇게 말한 후 잠시 여유를 가졌다.

"그럼 그 혼내줄 자의 정보를 말해주지.침대 옆 탁자 위에 메모지와 펜이 있을 거야"

진성호가 다시 여유를 두었다.

"그럼 시작하지.그자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토요일 저녁 10시부터 방영하는 토크쇼의 사회자야.이름은 정동현이지,정동현..."

진성호가 다시 여유를 두었다.

"정동현 그자는 자기 토크쇼에 출연하는 여자를 기혼여부를 가리지 않고 손을 대는 자야.벌을 받아 마땅하지.나는 그렇게 피해를 본 한 여자의 약혼자야.아니 약혼자였어"

진성호가 욕실 안에서 말하기를 계속했다.

"그자에게 당신이 내리는 벌은 이거야.그자가 다시는 x대가리를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그자 x대가리는 사회 전체에 대해 어떤 흉기보다 더 무서운 흉기야.단 한번 휘두르면서 여자의 인생을 잔인하게 망치고 가정을 무참히 파괴하지.당연히 무력화시켜야 해...당신이 어떤 수를 쓰든 그자의 아랫도리를 당신 주먹으로 몇 대만 힘껏 후려치면 그자의 불알은 터질 거야.불알이 터지면 그자의 흉기는 영원히 무력해지지..."

다시 잠시 여유를 두었다.

"앞으로 한 달 내에 일을 처리하도록 해.다시 말하지만 그자 이름은 정동현,<><><>방송 토요일 저녁 10시 방영 토크쇼의 사회자야...그럼 내가 준 돈은 유용하게 쓰도록..."

진성호는 또다시 여유를 두었다가 말을 이었다.

"그럼,침실 문을 닫아줘.내가 욕실에서 나가도 보이지 않도록...그리고 내가 나간 후 15분 후에 나오도록 해..."

잠시 후 침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진성호는 욕실에서 얼른 나와 닫힌 침실 문에다 대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당신은 경찰의 의심을 받을 수 없어.현장에서 잡히지만 않으면 말이야.당신은 정동현에게 원한이 있을 수 없잖아...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나를 배신하려고 하지 마.나를 배신하면 당신은 평생 후회할 거야.나는 사람을 볼 줄 알아.당신은 의리를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이야"

진성호는 마지막 말을 끝낸 후 방을 나왔다.

진성호는 호텔문을 나와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일이 성사될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마음속으로 저울질해보았다.

왠지 모르게 생각하면 할수록 성사되리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돈의 유혹?

물론 그것이 동기를 부여함은 틀림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보단 단순한 남자의 가슴속에 늘 존재하는 동정심 때문이 아닐까?

동정심은 동전의 한면,그 반대면에는 증오심이 숨어 있게 마련.

애인의 순결을 빼앗긴 어느 남자의 통한과 순결을 빼앗은 자의 뻔뻔스러움을 그자는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진성호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