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세제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도 보통 개혁이 아니라 각국 나름대로는 대단히 파격적인 것들이다.

이와 동시에 각국 정부들 사이에서는 서로 세금인하쟁을 벌이지 않고,오히려 과세 당국간 협조를 통해 세금회피를 막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주엔 로런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사한 세계과세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금 세계화"의 시동이 걸린 것이다.

<> 각국별 세제 개혁 동향 : 이스라엘 바락 정부는 지금 30년래 최대의 세제개혁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주식 양도세와 이자소득세 그리고 재산세 등을 신설하고,근로소득세율은 낮춘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근로소득세에만 너무 의존했던 과세 기반을 재산의 영역으로 확대,기업들과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실업 문제를 완화하고 근로의욕을 부추긴다는 취지다.

또 내국인에게도 자본이득세를 부과해 외국인과 형평성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국인에게 배타적이었던 세제를 국제기준에 맞춘다는 내용이다.

독일의 슈뢰더 정부 역시 "깜짝쇼"격의 세제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기업에 대해 양도세를 폐지하고,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내리며,민간 연금에 대해 세제 혜택을 듬뿍 준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간 인수합병을 촉진해 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고,또 국민연금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기 위한 것이다.

내용도 획기적이지만 사회주의 정부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진취적 자유시장정책을 펴고 있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에 "슈뢰더 총리는 독일의 클린턴"이란 말을 듣고 있다.

홍콩은 건국이래 처음으로 판매세 도입을 추진중이다.

홍콩은 세금 천국이다.

6백80만 인구 가운데 15% 이상 근로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은 1만명에 불과하다.

근로소득세를 한푼이라도 내는 사람이 아예 전체 근로자의 40%에 불과하다.

법인세도 16%다.

이는 재정의 35%를 국유지 판매대금으로 충당해 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꾸준히 오르던 부동산값이 아시아 경제위기로 폭락함에 따라 신규 세원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하지만 판매세는 상공인들의 반대로,또 국유지의 추가 매각은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밖에 영국은 주식거래세를 올리려 하고 있고,미국은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고 상속세는 아예 폐지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선 상속세를 신설하고자 하고 있고,페루와 일본은 외국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제공됐던 세제혜택을 줄이려 하고 있다.

호주는 이미 양도세와 소득세,법인세 등을 내리고 각종 도매 관련 세금은 10%의 단일 부가가치세로 통일해 이 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 국가간 과세 조화 노력 현황 :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자소득세를 20%로 통일하는 방안을 놓고 벌써 2년 이상 논쟁을 벌이고 있고,국민연금 개혁도 보조를 맞추고자 노력 중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전자상거래 과세에 대해 견해차로 이견을 빚고 있으면서도 조세피난처와의 전쟁에 있어서는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과세 건은 미국 내에서도 과세를 원하는 주정부와 "시기상조"라는 연방정부가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는 결국 서머스 말대로 모종의 세계과세기구가 창설돼야만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블록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 최근 세제 개혁의 특성 : 첫째 담세율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선진국들은 재정에 가장 부담스런 실업수당과 국민연금을 덜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춰 실업자들을 근로현장으로 내보내고,양도세를 낮춰 산업구조조정이 빨리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둘째 아직 국민들로부터 좀 더 짜낼 여지가 있는 개도국들은 세수기반을 확대하고 신종 세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또 선진국에 비해 유리한 과세 조건을 제시해 해외 자금을 유치하고자 하고 있다.

셋째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공통적으로 예산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영기업을 매각하는 등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페루처럼 경제가 어렵고 또 더 이상의 세수 증대도 힘들며 "정부 감축"을 못하는 나라들은 외화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외국인 특혜를 철회코자 한다.

<> 세제 개혁의 범세계적 원인 : 세제개혁이 글로벌 유행인 것은 그럴만한 범세계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즉 첫째 부의 창출 기반이 제조업으로부터,징세가 힘든 서비스산업,그 중에서도 지식산업으로 전환되며 세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둘째 세계화와 인터넷 덕분에 조세회피가 더 쉬워지고 대중화되고 있다.

셋째 기업활동의 세계화로 법인세 징수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넷째 20세기 복지국가 건설 과정에서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함에 따라 미래에 예정된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근로의욕 저하와 인구의 구조적 변화로 이대로는 재정파탄이 불가피해졌다.

신동욱 < 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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