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이 외환위기 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은발표는 예사로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 분석자료에 따르면 99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금융비용 부담률은 6.9%로 98년 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외환위기 직전인 97년의 6.4% 보다도 높고 90~97년 평균치인 5.8%에 비해서도 높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대만에 비해서는 3~7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외환위기 이후 요란하게 추진된 기업구조조정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정부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강요하자 기업들은 자산매각이나 저수익사업 정리 등을 통해 빚을 갚기 보다는 증시호황을 틈타 증자나 자산재평가 등을 통한 자본증액에 치중해 왔다는 그간의 지적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이번 한은분석 결과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매출액 신장세가 주춤할 경우 금융비용 부담으로 자금난에 봉착할 기업이 속출할 수 있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작년 우리 경제가 12%대의 성장을 기록할 만큼 호황을 누려 기업의 매출액이 기록적으로 증가한 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비용 부담률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업의 연쇄부도가 금융부실로 이어진 외환위기 직전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지난 1.4분기 중에 이미 경기고점을 지나 지금은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는 징후가 뚜렷해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은 충격흡수 여력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이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다.

구조조정 내용도 강요에 의한 부채비율 맞추기식으로는 곤란하다.

빚을 실제로 갚을 수 있는 구조조정이 돼야 불황 도래시에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업들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