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수 <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

동서고금을 통해 믿음(신)이라는 단어만큼 큰 덕목도 없다.

요즘 우리사회에 "신뢰"란 단어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동서 냉전체제의 종식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에서부터 안으로는 남북 관계의 국면 전환과 국내 금융 기업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신뢰의 문제에서 비롯되어 신뢰의 문제로 귀착된다.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을 잘 극복해 나가던 우리 경제가 최근 기업의 자금경색과 무역수지 흑자 폭 축소 등 금융과 실물 양 부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물부문에 초점을 맞춰보면 기업의 경쟁력문제는 근본적으로 제품의 "신뢰성"에 바탕 둔 판로확보 문제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애써 개발한 제품이 기술 및 품질면에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장되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신뢰성"의 문제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심각한 문제가 된다.

많은 중소 기계부품업체들은 열악한 경영여건에서도 R&D 비용을 최대한 늘리고 또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핸디캡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최근 일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분야에서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보호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계류 및 부품 소재분야에서는 품질보증 등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부품 소재산업 육성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뢰성"의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얼마전 새만금 간척지에 사용할 대형 유압시린더(2백50억원 상당)를 네덜란드에서 수입했다.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성평가가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사례는 의외로 많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최선을 다해" 개발한 제품일지라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제품 하자나 고장발생 등 문제가 있을 때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신제품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생산과 소비간 신뢰를 통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는 기술개발 의욕의 저하, 기술과 품질의 국제경쟁력 약화, 수출부진 및 수입증가로 이어져 종국엔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는 기술개발 기업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기 위한 "신뢰성 보험제도를 도입했다.

기계류 및 부품 소재 등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정부가 인정하는 시험기관의 신뢰성 평가를 거친 뒤 "신뢰성"을 보험으로 "보장"해 주는 제도다.

정부를 믿고 사용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 손해가 나면 보상해 준다.

최소의 보험요율을 적용하므로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을 최소화하고 개발제품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

동시에 소비자 이익도 최대한 보호해 줄 수있는 제도로 부품 소재업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이 보험제도는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 수출촉진 및 수입대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