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부채비율은 큰폭으로 떨어졌으나 실제 금융비용 부담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자산매각이나 부실자회사 정리 등으로 빚을 줄이지 않고 증자나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본규모를 늘려 비율을 낮추는데 급급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금융비용부담률(금융비용/총매출액)은 6.9%로 조사됐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의 6.4%보다 오히려 높아진 수준이다.

이에 비해 제조업 부채비율은 지난해 2백14.7%로 97년의 3백96.3%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업들이 빚을 갚기보다는 주로 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췄기 때문이라는게 한은 분석이다.

실제로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99년 42.8%로 97년의 54.2%에 비해 11.4%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한은은 "99년 이후 차입금 의존도 하락분중 25%만이 실제 차입금 상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99년 금융비용부담률이 3.9%로 97년의 5.0%보다 하락했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97년 7.0%에서 지난해엔 8.5%로 상승했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들이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기업구조조정이 내실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 없이 금융구조조정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