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한 < 광운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

수레는 두 바퀴로 굴러간다.

두 바퀴가 균형을 이루면 부드럽게 또 오래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 바퀴가 기울거나 부실하면 굴러갈 수는 있을지언정 삐걱거리거나 곧 멈춰 서게 된다.

그러므로 마부는 수레의 두 바퀴 모두를 온전하게 관리하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으로 구성된다.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은 경제에 있어서 수레의 두 바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 나라의 경제가 잘 되기 위해서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IMF사태이후 우리는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에 많은 국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경제에서 금융부문의 시장기능은 제약된 채 발전해 왔다.

때문에 경제성장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이는 곧 금융부문이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수레의 한쪽 바퀴 구실을 해 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환위기이후 누적된 문제점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더 이상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자체진단을 한 뒤,외국기관의 훈수 아래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무구조와 운영구조조정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밑그림을 그려놓고 그 청사진에 따라 수순과 절차를 밟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해 아쉽다.

실물부문은 어떤가.

실물부문에서도 재벌중심으로 운영되어온 경제체질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당국자들의 손길이 분주한 것은 사실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실물부문을 키워 나가겠다는 노력은 어디에 있는가.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면 그속에 담길 알맹이에 대한 관리는 어떠한가.

그것은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가.

자라나는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주위환경과 울타리를 고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새싹 그 자체를 돌보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씨는 제대로 심었는지,싹이 제대로 피고 있는지,또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 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싹을 모두 실물부문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싹은 실물부문에 있다.

그러므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틀을 바꾸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속에 담길 알맹이들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IMD 2000년 국가경쟁력 평가결과 우리나라 과학기술부문의 경쟁력은 세계 22위로 보고되고 있다.

28위였던 작년의 수준에 비하면 6단계나 뛰어 올랐지만,아직 갈길이 멀다.

연구개발(R&D)지수를 보면 미국을 100으로 할 때 일본이 67인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6에 불과하다(97년 자료).경제력의 차를 감안하더라도 절대수준면에서 크게 뒤떨어짐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기술도입액 대비 기술수출액은 5.9%(98년 자료)에 불과,수입초과액이 압도적이다.

이런 지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나라의 실물부문이 해당 경제의 기술수준에 의해 좌우되고,기술수준은 다시 R&D투자비용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고 볼 때,이러한 지수는 우리 경제 실물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함을 나타내며 그 잠재력도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최근 반도체부문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초부터 급격히 악화되던 경상수지가 흑자로 반전됐다.

그러나 수출전선에는 여러가지 복병이 숨어있는 만큼 실물부문의 잠재력 배양에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국가적으로 예산 배정도 있어야 한다.

외양간을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송아지를 튼튼한 어미소로 키워가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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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경제학 박사
<>유로화탄생과 미래
<>국제경제의 이론과 현실
<>무역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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