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이인환 교수가 수사기관에 녹음테이프를 제출했다는 정보를 오늘 아침 얻자마자 그 정보를 준 친구를 만났지요. 녹음테이프 내용 중 주가조작에 관한 이 교수의 언급은 수사와 직접 관계 있는 정보가 아니니 무시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지요"

"그랬더니 뭐라고 그래요?"

진성호가 바짝 긴장하며 황무석에게 물었다.

"수사기관의 팀장이 결정할 문제지만 어려울 거라고 하더군요"

"수사기관의 팀장은 어느 레벨이에요?"

"치안국의 계장급으로,김규정이라는 자입니다. 그래서 오늘 점심시간 전에 김규정 계장을 찾아갔지요. 사무실 밖으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하자는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더군요. 회사직원 2천 명의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녹음테이프 내용 중 주가조작에 관한 정보에 대해 얘기했지요"

"그래서요?"

"위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더군요"

"그럼 윗선에는 아직 보고가 안 된 상황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도저히 씨가 먹히지 않을 정도로 강직한 사람으로 보여 일단 헤어졌습니다. 그 즉시 제 친구인 치안국의 과장에게 연락을 취한 결과,그 친구가 김 계장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저녁 10시에 저와 만나기로 약속은 해주었습니다"

"친구가 뭐래요?"

"경찰대학 출신으로 김 계장이 워낙 강직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힘들 거라는 겁니다. 그런 일에 협조해주었다간 발각되는 날이면 즉시 옷 벗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영창행이라는 겁니다"

그들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돈은 얼마든지 써도 괜찮아요. 김 계장이 옷을 벗더라도 평생 편안히 먹고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어요"

"그런 자는 제가 잘 압니다. 돈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돈을 먼저 내세우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지요"

"그럼 무슨 방법이 있어요?"

"일단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어떻게요?"

진성호가 다급히 물었다.

황무석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윗선에서...관 정도나 청와대 쪽 압력을 넣으면..."

진성호는 황무석의 침묵이 답답하여 먼저 말했다.

"그러면 큰일납니다"

황무석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오늘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한 10시간 동안 김 계장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내일 아침 이후에는 증거를 더이상 잡고 있지 못할 겁니다"

황무석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회사의 생사는 말할 것도 없고 제 인생과 사랑하는 제 가족 모두의 인생이 달려 있다고 확신케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한번 맡겨주십시오.내일 아침까지는 해결해보겠습니다"

황무석이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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