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시장을 둘러싼 투신사간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기관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가 하면 신생 회사들이 깨끗한 이미지로 틈새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운용부문을 별도 자회사인 투신운용사로 분리한뒤 증권사로 전환했다.

현대투신운용은 경영권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등 20년간 국내 투신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대형 3투신이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국내 간접투자시장은 지난해 대우채권 환매제한 조치로 인해 과거 20년간 쌓아온 신뢰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참담한 경험을 했다.

한때 2백50조원에 달했던 수탁고는 1백40조원대로 오그라드는 수모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간접투자 고객과 투신사는 물론 주식시장도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구조조정 와중에서도 퇴출된 투신(운용)사는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살아남은 투신사 모두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내면서 롱런(Long-Run)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강제퇴출은 아니더라도 시장에 의해 자연도태되는 회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새 출발이다.

그러나 옛날처럼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마인드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 이른바 적자생존 시대다.

이미 물밑에서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 외국사의 잇따른 진출 =외국 자산운용회사의 국내 진출이 하반기에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미국의 초대형 금융기관인 푸르덴셜그룹이 제일투신과 합작형태로 국내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제일투신은 현재 지분을 푸르덴셜측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7월말 협상이 타결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산을 자랑하는 현대투신운용은 조만간 외국사로 탈바꿈한다.

현대측이 경영정상화 차원에서 지분 50%를 AIG 등 6개 해외기관에 양도하면서 경영권도 함께 넘길 예정이다.

지난 6월말 호주의 맥쿼리은행이 국내 IMM투자자문과 손잡고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설립,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미 국내 간판급 펀드매니저를 대거 영입했다.

영국의 최대 투신사인 슈로더투자신탁도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에 한국지점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앞서 미국계인 스커더자산운용은 대우투자자문을 인수, 스커더캠퍼투신운용으로 전환했다.

금감위의 허가가 나는 대로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알리안츠와 하나은행도 합작 투신운용사를 준비중이다.

피델리티 메릴린치 머큐리 등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들이 올해중 한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투신사들이 최근 1년여동안 고객들에게 신뢰를 크게 잃어버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동고객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원기 리젠트자산운용 사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투신사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존 투신사들이 환골탈태하지 않는 한 국내시장을 외국인에게 고스란히 빼앗길수 있다"고 말했다.


<> 신설회사 잇따른 등장 =국내에 신설 회사가 속속 생기고 있다.

올해초 설립된 태광산업 계열의 태광투신운용은 이미 기반을 잡았다.

뮤추얼펀드에서 돌풍을 일으킨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투신운용회사를 따로 설립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과 코오롱의 이웅열 회장이 공동 출자한 아이투신운용도 금감원의 예비인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KTB자산운용도 투신운용사 설립을 검토중이다.

이들은 기존 투신사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생 회사가 속속 등장하는 반면 한쪽에선 고사직전에 놓인 회사들도 서서히 눈에 띄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지 못하면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인위적인 퇴출이 아니라 시장에 의한 자연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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