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의 끝이 보인다"

투신사와 증권사가 마침내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생사를 가를지도 모를 터널에 들어간지 어언 1년.

1년동안 어둠속을 헤매다 마침내 부실이라는 터널을 헤쳐 나올 돌파구를 마련했다.

투신사의 경우 1차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그동안 자금이탈에 시달렸던 투신사들은 이제 다시 고객을 끌어 모을수 있다는 자신감에 불타고 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증권주가 다시 시세를 내면서 금융겸업시대를 선도할수 있다는 의지가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1차 구조조정에서 살아 남았다고 해서 살아있는게 아니다.

생존경쟁은 지금부터다.

투신사의 경우 운용능력과 리스크관리능력 등이 1차로 검증됐다.

고객들의 변별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입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경영의 답습은 곧 퇴출로 이어진다.

증권사의 경우엔 정글의 법칙에 내몰리게 됐다.

한투 대투 현투 등의 "공룡"이 증권업 영위를 선언했다.

랩어카운트(통합관리계좌)도 본격 도입된다.

수수료 인하경쟁이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업무다양화에 실패하면 절벽 아래로 밀리고 만다.


<> 투신사, 부실 털고 다시 선다 =투신사는 지난 20여년간 앉아서 장사를 했다.

부실은 나몰라라 하고 오로지 이익챙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관행은 지난 1년동안 철퇴를 맞았다.

대우사태라는 태풍에 휘말리면서 거의 모든 투신사가 발가벗겨졌다.

자의적인 펀드 편출입, 계열사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고객돈을 사용하는 뻔뻔함, 수익률에는 아랑곳없이 아무 채권이나 편입하는 주먹구구식 운용, 거액의 돈을 받고 "작전"에 서슴없이 참여하는 펀드매니저의 비윤리성까지.

투신사는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을수 밖에 없었고 한때 2백50조원에 달하던 수탁고는 1백40조대로 쪼그라드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이런 투신사들이 이제 신탁재산 클린화를 선언했다.

지난 6월말 현재 투신사가 보유한 부실자산은 총 2조1천8백38억원.

이중 1조1천7백30억원은 상각(손실)처리했다.

나머지 1조1백8억원의 부실자산이 남아 있으나 충분히 받아낼수 있다고 공언했다.

"남아 있는 부실이 한푼도 없는 만큼 이제 투신사를 믿고 맡겨 주시라"는 읍소였다.

그러나 시작은 이제부터다.

과거의 때를 완전히 벗었다고 해서 때가 끼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출발선이 같은 만큼 우열은 금방 드러날수 있다.

실제가 그렇다.

우선 외국자본이 몰려든다.

최대의 수탁고를 자랑하는 현대투신운용은 경영권이 외국계로 넘어갔다.

미국의 초대형 금융기관이 푸르덴셜그룹, 호주의 매쿼리은행, 영국의 최대 투신사인 슈로더투자신탁, 미국계인 스커더자산운용이 잇따라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참신성으로 무장한 신설회사도 줄을 잇고 있다.

태광투신운용을 비롯 아이투신운용이 새로 입성했거나 준비중이다.

그런가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도 투신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고객들의 변별력이다.

이미 한번 쓰라림을 맛본 고객들은 이제 불투명한 투신사를 찾지 않는다.

똑같은 비과세신탁이라도 투명한 투신사를 찾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이렇게 보면 투신권은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끝났지만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증권사, 금융 겸업시대를 선도한다 =지난 1998년이후 증권업계는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서증권 고려증권 산업증권 장은증권 동방페레그린증권 등이 차례로 퇴출당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최대 증권사였던 대우증권도 생사의 기로에 내몰렸다.

작년엔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했음에도 과실의 상당부분은 대우채 손실로 빼앗겨야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증권주는 끝모를 추락을 거듭, 투자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증권사는 이제 그 충격에서 헤어나는 모습이다.

거래량이 다시 늘면서 증권주는 폭발음을 내고 있다.

증권주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는 물론 개별 회사들도 생기를 찾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힘입어 아예 사이버트레이딩 수수료를 올리는 회사들도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바뀐건 없다.

아직도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한다.

주가가 오르면 증권사도 웃고, 주가가 내리면 증권사도 우는 식이다.

자신의 생존을 주가에 내맡긴 하루살이식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게 국내 증권사의 현주소다.

증권업계의 환경이 이전과는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선 금융겸업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금융권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제 은행 보험사와 한판 경쟁을 해야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외국자본의 진출도 모른척 할수 없다.

대만의 KGI그룹은 조흥증권을 인수, 뿌리를 내렸다.

대우증권의 외국자본유치를 추진중이다.

여기에 기존 3대 투신이 본격적으로 증권업 영위를 선언했다.

점포수만 각각 1백개 안팎인 대투 한투 현투의 등장은 기존 증권사의 "파이"를 줄일게 분명하다.

여기에 랩어카운트로 대표되는 본격적인 자산관리시대가 도래한다.

자산관리시대는 증권사가 투신사, 은행과 곧바로 경쟁해야 한다는걸 뜻한다.

변수는 또 있다.

증권업 진입이 자유로워졌다.

30억원만 있으면 증권사 간판을 달수 있다.

신설증권사의 잇따른 등장은 기존 증권사의 영업을 위축시킬수 밖에 없다.

돌파구는 하나다.

바로 영업의 다양화다.

금융겸업시대를 선도하는 증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증권사가 천수답식 경영에서 벗어나 완전한 생존체제를 구축하느냐 여부는 바로 지금부터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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